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채권자 의견 조회 등 2주간의 항고 기간을 거쳐 빠르면 이달 17일 파산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항고기간이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인 만큼 한진해운 파산은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이로써 1977년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은 창립 40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한진해운은 한국 해운업의 상징적인 회사였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왔지만 최근 수년간 지속된 해운업 불황의 파도는 넘지 못했다.
오는 17일 법원의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파산재단이 설립되고 한진해운에는 파산관재인이 파견돼 잔여 자산을 매각한다. 파산재단은 잔여 재산 매각을 통해 채무자들에게 채무를 돌려준다. 현재 한진해운의 자산은 거의 대부분 분리돼 매각됐거나 협상이 진행 중이다.
현재 남아있는 자산은 한진퍼시픽 지분 60%와 자회사 ATI의 소수 지분 정도만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있다. 한진퍼시픽 지분은 현대상선이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의 미주 항로를 인수한 SM그룹도 한진해운의 잔여 자산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의 파산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삼일회계법인은 작년 말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한진해운은 기업 청산이 사업 영위보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이 더 이득이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이어 한진해운의 청산가치는 1조7981억원으로 추산했다. 반면 계속 영위할 만한 가치에 대하서는 "추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기업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법원도 삼일회계법인의 분석을 바탕으로 한진해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검토했지만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오는 17일 이후부터 본격적인 정리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등은 한진해운의 파산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은 상태다. 따라서 은행권은 한진해운의 파산에 따른 후폭풍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빈손으로 돌아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남아있는 자산의 대부분을 정리한 상태인데다 남은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순위상 공익채권자들에게 배분하고 나면 사실상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돌아갈 몫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 지난 2일 한진해운은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통보에 따라 주당 780원에 거래가 중단됐다. 오는 17일 법원의 파산선고가 나오면 이후 7거래일간의 거래 정지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상장폐지가 된다. 개미 투자자들의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파산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한진해운 주식은 최근 수개월간 계속 정상거래가 됐다"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회생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가졌고 이것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증폭시키게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가장 큰 손실을 보는 것은 막연한 기대를 가졌던 개인 투자자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