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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3세경영 개막, 조원태 사장의 '通'

  • 2017.03.02(목) 08:10

첫 공식석상서 보인 '소통 의지'..안팎 시선에 신중

"질문은 끝까지 다 받아 보도록 하죠."

 

달변(達辯)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내놓는 말 하나 하나에는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지난 27일 오전 신기종 도입행사에서 한진그룹 주력 대한항공의 최고경영자(CEO)로 처음 공식석상에 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얘기다.

 

이날 계획상 조 사장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은 20분이었다. 하지만 새로 도입하는 항공기(보잉 787-9)와 첫 데뷔 무대에 오른 조 사장에게 질문이 쏟아지며 당초 할애됐던 시간보다 20여분이 더 지나갔다. 진행을 맡았던 대한항공 임원은 순서를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조 사장이 이를 막아섰다. 결국 질의응답은 다시 20여분을 넘겨 한시간 가량 소요됐다.

 

진행을 맡은 임원의 표정에는 조 사장이 불편하진 않을까, 혹은 그의 첫 무대인 행사의 일정이 흐트러질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조 사장은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시간을 연장해가면서까지 취재진이 던지는 질문을 소화했다. 능수능란하진 않지만 그래도 소신 있어 보이는 말투였다. 하지만 그는 문답이 끝나자 눈에 보이게 '후'하고 볼을 부풀리며 긴장상태였음을 내비쳤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죄송합니다. 제가 질문을 제대로 받아들인 건가요?"

 

신기종 도입과 경영전략의 상관관계를 묻는 질문에 답하다가 말이 꼬인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사장이 된 그가 우선시하는 덕목은 '소통'으로 보였다. 질문을 끝까지 받자고 한 것도, 제대로된 답변을 주기위해 되묻는 것도 소통에 대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는 지난달 11일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 사장 자리에 올랐다. 만 41세. 지난 2003년 계열사 한진정보통신에 차장으로 입사한 지 14년만이다.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나이이고 속도다. 조 사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가(家) '3세 경영'이 대외적으로 공식화한 게 이날 자리였다.

 

조 대표의 취임 이튿날 첫 일정은 사내 노동조합들을 두루 만난 것이다. 대한항공에는 2개의 조종사 노조와 일반직 노조 등 입장이 제각각인 총 3개의 노조가 있다. 세칭 '로열' 경영인이지만 대화 물꼬를 터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는 평가다. 

 

"새 비행기를 들인다고 해서 회사의 경영전략이 바뀌는 게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질의응답 속에서 보여진 그는 '디테일'보다는 '큰 틀' 위주였다. 사장에 오르기 전까지 세부항목을 꼼꼼히 따지는 위치가 아니었기 때문일 테다. 그의 말마따나 "여객·화물·기획·자재 등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 창업주 장손이라는 특수한 지위는 그런 능력을 요구하진 않았을 수도 있다.

 

그는 "직원의 행복과 주주의 가치 창출이 경영 철학"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경영 방향에 대해서는 "제가 사장이 됐다고 한꺼번에 뭐가 바뀌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계획한 사안이나 진행 상황을 말로 꺼내기 보다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거나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정도로 신중하게 답하는 모습이었다.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27일 신기종 도입 행사에서 취재진과 명함을 교환하고 있다./윤도진 기자 spoon504@

 

"승무원들이 하는 대로 회사가 책임지겠습니다."

 

꽤 힘있는 목소리로 말한 부분도 있었다. 문답중 기내 난동 대응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질의에서였다. 그는 불의의 안전운항 방해 요소가 있을 때 기장과 승무원들의 판단에 맡겨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추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회사가 100%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를 두고 취재진 사이에서는 '양수겸장'의 포석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안전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을 항공당국 등 외부에 내보이면서, 동시에 젊은 3세 경영인으로서 일선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노린 발언이라는 얘기였다.

 

"변화의 행보를 따듯한 시선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의 새 항공기 도입을 두고 이렇게 당부했다. 하지만 단순히 새 기종만을 두고 한 얘기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최근 1~2년 사이 상속자 경영인들 사이 불거진 일련의 사건, 또 이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오너십 역시 구설수에서 자유롭지 않은 편이다.

 

조 사장은 주말에 있었던 사전 리허설에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와 함께 행사를 준비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행사 당일에는 조 회장의 막내딸이자, 조 사장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동선으로 CEO가 된 오빠의 공식 무대를 뒤에서 응원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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