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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車 속도차…일본 '잰걸음' vs 한국 '만만디'

  • 2017.09.10(일) 09:09

사업 투자 적극적인 日과 대조적
기업·정부의 장기적인 안목 필요

수소전기차(수소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국내에서 현대자동차가 내년 2월 수소차 출시를 선언하면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소차가 국내 도로를 누비기 위한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장이 형성되기 위한 정부 정책도 부실하다.

 

반면 일본은 산업계와 정부가 손을 맞잡고 적극적으로 수소차 인프라를 갖춰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의 경쟁자 도요타는 수소차 모델 미라이를 앞세워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손발 척척 맞는 일본


10일 일본 마케팅조사기관 후지경제에 따르면 2015년 일본 수소연료 산업은 184억엔(약 1930억원) 수준에서 2030년 5903억엔(약 6조2000억원)으로 3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 수소연료 산업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폐기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수소에너지가 대표적인 대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정부 과제로 '수소사회 실현'을 내걸고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침을 세웠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함께 대표적인 미래 친환경자동차로 꼽힌다. 수소와 공기 중의 탄소를 섞어 에너지를 일으켜 달리는 수소차는 연소 과정 중 물 이외의 어떠한 유해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전기차는 충전하는 데 보통 3~6시간이 걸리는 데 수소차는 3분이면 충분하고 완충 시 최대 700km를 달린다.

시장 전망도 밝다. 업계는 세계 수소차 시장 규모가 올해 524억엔(약 5440억원)에서 2030년 7910억엔(약 8조3310억원)으로 15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일본 산업계가 먼저 수소차 시장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이유다.

2011년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화학 업체 13곳은 수소차 보급 협력 방안인 '수소차 국내시장도입과 인프라 설비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015년을 목표로 자동차 제조업체는 수소차 개발을, 화학제품 제조업체는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도 호응했다. 경제산업성은 2020년까지 수소차 보급을 4만대까지 늘리고 수소충전소도 160개로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2013년부터는 수소 인프라 보조금 정책을 실시해 2014년 7월 1기에 불과했던 수소충전소를 올 6월 초 113기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수소차 산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주변 산업도 성장했다. 올 7월 미쓰이물산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브루나이에 액체수소를 만드는 플랜트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1000억여원을 들여 건설하는 이 플랜트가 완성되면 매년 액체수소 210톤이 일본 각종 산업 분야로 공급된다.
 
▲ 일본의 수소충전소 [사진=이와타니산업]

◇ 갈팡질팡 한국

현대자동차는 1998년 연료전지 개발을 시작으로 2013년 양산형 수소차 '투싼ix FCEV'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차는 수소차 시장 선점을 위해 내년 초 차세대 수소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부의 큰 그림도 궤적을 같이 한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까지 수소차 보급수를 9000대까지 끌어올리고 수소충전소도 80개까지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수소차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 보조금 정책도 실시할 예정이다.

환경 자체는 일본과 비슷하지만 실제 진척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이달 초까지 우리나라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총 11기로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 추세라면 '2020년 충전소 80개'계획 실현 가능성은 턱없이 낮다.

정부와 업계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탓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소차는 수소충전소가 있어야 하고 수소충전소는 수소차가 있어야 한다"며 "수소차 보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충전소만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 시장은 무르익지 않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이런 탓에 국내 수소차 시장에 대한 뚜렷한 시장 규모도 잡혀있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수소충전소 설치 사업을 영위하는 이엠코리아 측은 수소 사업은 초기 진입 단계로 국내 시장 규모와 점유율 산출이 어렵다고 본다. 현대차 관계자도 "수소차는 국내 시장같이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수소 인프라 사업을 받쳐줄 핵심 기술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택홍 호서대학교 교수는 "수소충전소의 핵심부품인 수소디스펜서(계량기)와 파이프는 주로 미국과 일본, 독일에서 제품을 전량 수입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구조라면 수소충전소를 세우는 비용이 다른 국가보다 30~40% 비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수소차 시장 형성 여부는 결국 정책과 판단의 차이"라며 "현재는 다른 화학제품을 만들면서 곁다리로 나오는 부생수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소차 시대가 열리면 수소를 조달하는 것도 큰 사업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과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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