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내달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본 재판 시작 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 2심 재판에서 날선 공방을 예고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2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재판 쟁점과 절차를 정리하는 자리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어 이날 이 부회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항소심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검이 1심때 이뤄지지 않은 신문을 항소심 때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1심 때는 세 차례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최 씨는 한차례 증언했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들이라 증인으로 출석해도 증언 거부 가능성이 있다"며 "두 사람이 증인 소환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구인장 발부를 하지 않고 신문 계획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말 중개상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 씨 등 4명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변호인단의 신청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이들 외에 증인으로 신청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대해서는 증인 채택 결정을 보류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증인 신문이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많은 증인을 부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신 법리적 다툼이 주된 진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3차례 공판기일을 열어 핵심 쟁점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를 마치면 다음달 12일부터 2심 공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0월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재판을 연다. 11월부터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재판을 진행한다.
12일 1차 공판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한 부정 청탁이 주제다. 19일 2차 공판에서는 정씨 승마지원과 관련한 쟁점들을 다룬다. 26일 혹은 30일에 열리는 3차 공판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관련 재산 도피와 횡령 혐의 등을 정리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본격적인 서류 증거 조사와 증인 신문이 시작된다. 재판부는 11월 9일부터 변호인단이 요구하고 재판부가 채택한 4명의 증인들을 우선 신문하기로 했다.
이날 준비기일에는 증인 채택과 관련해 특검 측과 변호인단 간에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특검이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들에 대해 “이미 1심에서 충분한 신문을 했다”고 지적하자 변호인단 측은 "1심때 특검이 신문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변호인단이 제대로 신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 등을 신문하지 못한 것은 특검의 정씨 '보쌈‘ 증언때문"이라고 하자 특검은 "보쌈 증언이라는 모욕적인 표현을 썼는데 굉장히 유감"이라고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