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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총수, 왜 1000억대 주식을 공짜로?

  • 2017.12.26(화) 21:11

한국도서보급·티시스·쇼핑엔티 3개사 합병
출자구조 단순화·일감몰아주기 의혹 해소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 태광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핵심은 여러 회사에 걸쳐있는 총수 일가의 지분을 한 회사로 모아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호진 전 회장은 1000억원대 주식을 무상으로 내놓기로 했다.

 

 

태광그룹은 26일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 쇼핑엔티 등 3개 계열사의 합병 계획을 공시했다. 내년 4월1일자로 한국도서보급이 쇼핑엔티를 흡수합병한 뒤 티시스에서 분할되는 투자회사를 합치는 방식이다.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는 이 전 회장 등 총수일가가 각각 100%의 지분율을 보유한 회사로, 계열사 내부거래비중(2015년말 기준)이 각각 59.9%, 76%에 달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대상기업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곳이다. 쇼핑엔티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미미하지만, 계열사에 대한 매출의존도(0.6%)가 현저히 낮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한 목적에서 합병대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룹의 시스템통합(SI)업체인 티시스다. 태광그룹은 이 회사를 사업회사(존속회사)와 투자회사(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를 한국도서보급과 합병키로 했다. 한국도서보급과 쇼핑엔티는 현재의 법인끼리 합병하는데 비해 티시스는 이보다 복잡한 분할합병 방식을 택했다. 이는 티시스를 현 상태 그대로 한국도서보급과 합병하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현재 티시스의 매출액은 2157억원으로 한국도서보급(73억원)이나 쇼핑엔티(281억원)에 견줘 월등히 많다. 계열사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큰 SI부문까지 그대로 껴안고 가면 한국도서보급과 합병 후에도 내부거래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꺼낸 카드가 티시스에 대한 분할합병이다. 내부거래가 많은 사업을 떼어 내고 덜한 사업은 투자부문으로 넘겨 통합합병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내부거래, 특히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태광그룹의 의지는 티시스 사업회사의 지분처리 방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태광그룹은 "분할 후 티시스 사업부문에 대한 이 전 회장의 지분 전체를 무상으로 증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티시스 사업회사의 지분 55.8%를 갖게 되는데, 태광그룹은 이 지분가치를 1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총수일가의 지분율 20%(상장사 30%) 이상인 회사는 총수의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여기에서 벗어나려고 이 전 부회장의 티시스 사업회사 지분을 완전히 털어내겠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배우자인 신유나 씨와 자녀인 현준·현나 씨 등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44.2%)도 20%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구체적인 증여대상까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공익재단 등에 지분을 넘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태광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에 칼날을 대려는 공정위를 의식한 측면이 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태광그룹과 관련해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할 수 있을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태광그룹의 전체 계열사수는 26개에서 22개로 줄어든다. 특히 이 전 회장 등 총수일가가 소유한 회사는 세광패션·메르벵·에스티임·동림건설·서한물산·티시스·한국도서보급 등 7개에서 한국도서보급 1개로 줄어든다.

태광그룹은 "공정위의 개혁 요구에 적극 부응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의 근원적 해결로 새 기업문화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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