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다시 맞은 만도가 통상임금 '폭탄'에 작년 한 해 농사를 그르쳤다. 작년 3분기 난 판결로 장부에서 날아간 영업이익이 1600억원에 달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작년 전체 영업이익이 835억원, 매출은 5조684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재작년보다 72% 급감하고, 매출은 3.1% 감소한 규모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재작년 5.2%에서 1.5%로 3.7%포인트 악화됐다. 연 순이익은 198억원으로 전년 대비 90.6% 급감했한 것으로 집계됐다.
4분기만 따로 떼어내 보면 영업이익은 635억원, 매출은 1조5101억원이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 11.3% 감소한 것이다. 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년동기 대비 2.2%포인트 낮아진 4.2%로 나타났다.
만도의 연간 실적 악화는 작년 11월8일 통상임금 소송 관련 2심 결과에 따라 비용과 충당부채를 반영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만도는 이 판결을 토대로 작년 3분기 619억원의 영업이익을 956억원 영업손실로 고치는 등 수정한 재무제표를 내놨다.
당시 서울고법 민사2부는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상여금 중 짝수달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근로자들이 청구한 21억7864만여원 가운데 16억644만여원을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만도는 전체 근로자에 이를 확대 적용해 임금을 소급 지급하는 상황을 가정해 비용과 충당부채를 반영했다.
이와 함께 중국 공장의 매출 감소 등의 여파도 실적 부진 배경이 됐다. 만도 매출의 절반 이상은 현대·기아차에서 발생하는 데 이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만도 실적도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만도 이번 실적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작년 10월말 만도 대표이사로 복귀한 뒤 처음 내놓은 성적표다. 이번 작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이 전년보다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정 회장 체제가 본격화하는 올해 얼마나 작용할지가 향후 시장 관심사다.
한편 만도는 이날 이사회에서 액면가 5000원인 주식 1주를 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실시키로 결의했다. 실적 악화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만도는 올해 매출 목표를 5조9636억원으로 잡았다. 작년 실적과 비교하면 4.9% 늘려잡은 것이다. 만도는 올해 약 36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0년까지 3개년 계획을 시행해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