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총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초대형·친환경 컨테이너선 20척 건조를 국내 조선사 '빅3' 업체에 고루 나눠 맡기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이 물량을 인도하는 2020년부터는 2만TEU급 컨테이너 선대를 운영하는 해운사로 거듭난다.
이번 현대상선의 선박 발주는 한진해운 파산 후 정부가 해운업을 되살리겠다면서 내놓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이다. 수주 가뭄속에 일감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수주 물량이 될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향후 운영할 컨테이너선 중 2만3000TEU(1TEU는 폭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각 7척·5척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1만4000TEU급 8척을 현대중공업에 건조를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현대상선은 지난 4월 조선업체들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후, 각 조선사들과 납기 및 선가 협상을 진행해 결과 건조의향서 체결을 위한 조선사 선정을 확정 통보했다.
그 결과 2만3000TEU급 12척은 2020년 2분기 인도가 가능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으로 선정했고, 1만4000TEU급 8척은 2021년 2분기 납기를 맞출 수 있는 현대중공업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각 조선사들이 제안한 납기와 선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한 절차에 따라 협상을 진행했다"며 "현대상선 자체 평가위원회와 투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사 선정 전에는 현대상선과 같은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일감을 몰아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현대상선은 최근 철강 후판가격 등 선박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원화 강세로 선박 제조원가가 오르는 점을 감안해 빠른 시일 내 협상을 완료해 LOI(건조의향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신조선 발주 수요 증가 추세로 작년보다 건조 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경쟁력 있는 선가와 조선소 도크 확보를 위해서도 발주를 서두르는 게 낫다는 판단의 배경이 됐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1만8500~1만9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1억4000만달러 선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상선이 발주한 물량은 약 3조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상선은 LOI 체결 후 선박 상세 제원 협의를 통해 건조선가를 확정하고 개별 조선사와 건조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