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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②113명의 후계자…그들은 누구

  • 2018.06.15(금) 12:18

대표인물 정지선·조현범·이서현
3세 넘어 4세 경영시대도 활짝

사람이 나이를 먹듯 기업도 나이를 먹는다.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며 '한강의 기적'을 이룬 창업 1세대는 대부분 세상을 떠났거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지금은 2세를 넘어 3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설립된 지 100년을 넘은 국내 최장수기업인 두산은 벌써 4세 경영시대를 맞았다. 그렇다면 기업의 미래를 책임진 재벌 3·4세들은 누구일까.

 

 

비즈니스워치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2개 그룹, 재벌가 3·4세 현황을 전수조사,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취합한 명단은 총 228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인 113명(49.6%)이 현재 그룹을 경영하고 있거나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나이는 46.9세로 집계됐다.

 

이 연령층(1972~1973년생)에 해당하는 인물은 정지선(47)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조현범(47)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정유경(47)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이서현(46)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박인원(46) 두산중공업 부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 재벌 3·4세 절반이 경영참여

 

3·4세의 경영참여가 가장 활발한 곳은 GS그룹이다. 1938년생인 허남각(81) 삼양통상 회장부터 1985년생인 허진홍(34) GS건설 투자사업부 차장까지 19명이 GS그룹에 몸담고 있다. 여기에 고(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아들인 허승효(75) 알토 회장, 허승표(73) 피플웍스 회장 등 현역으로 활동 중인 2세를 포함하면 GS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참여 폭은 더욱 넓어진다.

올해로 설립 122년을 맞은 두산그룹은 창업주 박승직의 증손자(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두산은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는 이른바 '형제경영'으로 유명하다. 2016년 박용만(64) 현 대한상의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물려주면서 사실상 3세 경영시대가 끝나고 4세 시대에 접어들었다.

 

현재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4세 경영인은 12명이다. 이 가운데 박재원(34)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가장 젊다. 박용만 회장의 차남인 그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하다 2013년 두산인프라코어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지난해 입사 4년만에 부장을 거쳐 상무를 다는 등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는 중이다.

◇ 두산·LG, '4세 시대' 개막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으로 국한하면 3·4세 경영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확연해진다. 삼성은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49)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사장이 모두 3세 경영인이다.

현대차그룹도 정의선(49) 부회장을 비롯해 정성이(57) 이노션 고문, 정명이(55)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부문장이 3세 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명이 부문장의 차녀인 정유진(29) 씨는 2015년 현대카드에 입사해 4세로는 가장 빠른 출발을 보였으나 현재는 퇴사 후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재벌 2세인 최태원(59) 회장이 경영전반에 걸쳐 활발히 활동하는 가운데 딸인 최윤정(30) 씨가 지난해 SK바이오팜에 선임매니저(대리급)로 입사해 화제를 모았다.

LG그룹은 지난달 별세한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인 구광모(41) LG전자 상무가 이달 말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4세 경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구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 LG그룹 3세인 구본준 부회장은 자연스럽게 계열분리 등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 주목받는 '금수저'와 '엄친아'

재벌가 3·4세 중에는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받는 1990년대생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선호(28) CJ제일제당 부장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는 2013년 사원으로 입사해 지난해 부장을 달았다. 앞서 이 부장의 누나인 이경후(33) 씨가 지난해 3월 부장에서 상무대우로, 11월에는 상무대우에서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음을 감안하면 이 부장의 임원 승진도 머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른바 '엄친아'급에 해당하는 인물로는 정몽규(57)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장남인 정준선(27)씨를 꼽을 수 있다. 정 씨는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인공지능(AI)을 전공했으며, 박사 과정 중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와 함께 사람의 입 모양만으로 말을 알아듣고 이를 자막에 표출하는 AI를 개발했다. 삼성에서도 탐을 낸 인재인 정 씨는 현재 네이버에서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 경영능력 없이 꽃길 없다

 

'금수저'로 불리는 재벌 3·4세지만 항상 꽃길만 걷는 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우현 OCI 사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이 각종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한진·한화·대림 3세들은 물컵 투척이나 운전기사 폭행 등 이른바 '갑질'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5년 11월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4.8%)이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34.4%에 그쳤다. 이런 불신을 걷어내야할 책임도 결국은 재벌 3·4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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