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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진의 차알못 시승기]검증된 자신감 '이쿼녹스'

  • 2018.06.19(화) 17:46

묵직한 주행 편리한 내장 '패밀리 SUV'
동승자 배려하는 '운전석 진동경보' 눈길

[강서~파주=윤도진 기자] 누구는 "외관은 남성적이지만 타보니 승차감이 부드러워서 가족들이 함께 타고 다니기 좋겠다"고, 누구는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치고 차폭이 좁아보이지만, 그래서 초보 운전자나 여성 운전자도 운전하기 쉽겠다"고 했고, 또 다른 기자는 "미국 시장에서 베스트 셀러로 검증받은 차답다"고 했다.

 

▲ 이쿼녹스 전면부 전조등 및 주간주행등 /윤도진 기자 spoon504@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을 출발해 경기도 파주 탄현면을 돌아오는 왕복 94km 구간 경로에서 한국지엠(GM) 부활 야심작 쉐보레 '이쿼녹스'에 처음 오른 자동차 출입 기자들이 내놓은 시승평이다.

 

이쿼녹스(equinox)는 낮과 밤이 같은 때라는 뜻이란다. 우리 절기로 춘분, 추분쯤 되겠다. 그 만큼 '밸런스(balance)'를 중시해 만든 차라는 소개다. 한국GM이 강조하는 '성능과 효율의 균형', '역동성과 안락함의 균형'이 무얼 말하는지, 또 이 차가 올해 홍역을 치른 한국GM의 경영정상화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 궁금했다.

 

파주로 향하는 길에 운전대를 잡았다. 시동을 걸었을 때 엔진소음은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제동 페달에서 발을 떼자 다소 묵직한 느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중형 SUV인 이쿼녹스에는 136마력 최대출력과 32.6kg.m 최대토크의 1.6리터 에코텍(ECOTEC) 디젤 엔진이 달렸다. 여기에 3세대 6단 자동변속기가 주행을 조율한다. 모두 시장에서 오랜 기간 안정성이 확인된 제원이란 설명이다.

 

▲ 주행 중인 이쿼녹스 시승차량 옆뒷면 (사진: 한국GM)

 

시내를 빠져나오기도 전, 신호에 멈춰서면서 GM의 특허 기술이라는 '햅틱 시트(무소음 운전석 진동 경고 시스템)'를 체험했다. 앞 차량에 너무 바투 세웠던 탓이다. 운전석이 휴대전화처럼 진동하고 앞 유리창에 운전자만 보이는 빨간 불빛이 반짝 비쳤다. 동승한 다른 신문사 기자는 이런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조환철 한국GM 차량개발본부 차장은 "운전자에게만 주의를 일깨우는 시스템이어서 동승자들에게는 전혀 불안감을 주지 않는다는 게 햅틱시트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캐딜락 등 GM 고급 브랜드에만 장착했던 사양이다. 위험 상황에 따라 진동 위치가 달라지고 필요에 따라 경고음으로 바꿔 설정할 수도 있다.

 

운전대 조작은 가볍지만 너무 휙휙 돈다는 느낌은 없는 정도라 할 수 있었다. 여성이나 노약자가 운전하기에도 무난해 보였다. '랙타입 프리미엄 전자식 차속감응 파워스티어링(R-EPS) 시스템'을 탑재했는데 민첩하고 정확한 핸들링이 가능하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 주행 중인 이쿼녹스 시승차량 옆면 (사진: 한국GM)

 

속도방지턱이나 도로면이 울퉁불퉁한 구간을 지날 때도 승차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승한 기자도 "바퀴에서 오는 충격을 저감하는 서스펜션이 너무 무르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운전자가 노면을 느낄 수 있지만 뒷좌석에 잠들어 있는 아이가 타고 있어도 깨지 않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주대교를 넘어 자유로에 오르며 가속을 시작해봤다. 가장 일반적인 시속 80~100km 속도에서 달릴 때 소음은 거슬림이 없었고 승차감도 꽤 안락했다. 다만 일부 구간에서 시속 120km 이상으로 속도를 높일 때에는 다른 차보다 조금 더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엔진과 노면에서 오는 소음과 진동도 조금 더 크게 느껴졌다.

   

▲ 이쿼녹스 뒷면 후미등 / 윤도진 기자 spoon504@

    

운전 피로를 덜고 안전을 돕는 첨단주행 기능은 충분히 편리함을 느낄 만큼 사양을 갖췄다.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저속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사각 지대 및 후측방 경고 시스템이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시승 차량은 전륜구동 모델이었지만 '전자식 4륜(AWD, All Wheel Drive) 시스템'을 단 차량은 달리는 중에도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후륜이 함께 구동한다. 주행 상황과 도로 환경에 맞춰 전후륜 구동력을 자동 분배해 불필요한 동력 손실을 줄이고 비포장도로나 빗길, 빙판길에서도 안정적인 주행과 차체 제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승 반환점에서 자세히 살펴본 외관은 강인하면서도 세련되다는 느낌을 줬다. 전면부는 쉐보레 브랜드의 대표적인 디자인인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했다. 라디에이터(흡기구) 그릴에서 차체의 양 옆으로 뻗어나가는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 후면부를 수평으로 장식한 LED 후미등과 보조제동등이 구매자들의 호불호(好不好)를 크게 가르지 않을 듯했다.

   

▲ 파주 탄현면 반환점에 선 이쿼녹스 시승차 / 윤도진 기자 spoon504@

 

차 뒤에서 스마트 키를 들고 뒷범퍼 밑에 발을 대면 트렁크가 열리는 기능, 차에서 내린 후 스마트키로 문을 잠그는 버튼을 누르면 열려있는 창문도 모두 닫히는 기능 등이 실생활에 편리할 것으로 짐작됐다.

 

돌아오는 길에는 조수석에 앉아 내부를 살폈다. 전장(차 앞뒤길이) 대비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 비율이 동급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이쿼녹스는 확실히 무릎 공간 등 앞뒤가 넉넉했다. 다만 차폭이 일반적인 중형 SUV보다는 좁은 편이어서인지 뒷좌석에 어른 3명이 타면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 두 좌석에는 통풍시트가 달렸는데 지금껏 타본 차와 달랐다. 오래 켜고 있어도 너무 차갑다는 느낌 없이 엉덩이에 적당한 상쾌함을 줬다. 여타 차량처럼 바람을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빨아들이는 '석션(Suction)' 방식이어서 그렇다는 게 한국GM 프로덕트 마케팅팀 정우규 차장 말이다.

 

▲ 뒷좌석에서 본 이쿼녹스 실내 /윤도진 기자 spoon504@

 

실내는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안락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밝은색 천연 가죽을 대면서 소재와 색상을 조합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뒷좌석(2열시트)을 평평하게 접을 수 있는 게 편리해 보였고, 그 뒤 적재공간도 1800리터로 넉넉해 보였다. 다만 차폭 때문에 골프 캐디백을 여러 개 싣기는 무리라고 여겨졌다.

   

차에서 내린 뒤 이쿼녹스의 가장 큰 장점은 미국 시장에서 검증 받은 만큼 '믿을만한 차'라는 판단이 섰다. 2004년 1세대 모델을 출시한 후 이번에 국내로 들어온 게 3세대 모델인데 지난해 북미지역에서 29만대의 판매고를 올린 차다. 쉐보레 차 중 북미 판매 2위 모델이다. 이쿼녹스는 미국 신차 평가 프로그램 안전성 종합평가 부문에서 최고인 '별 다섯개'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시승 차량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3.3km였다. 다만 급가속 급가동 등 여러 시험운전을 해서인지 실제 왕복한 뒤 찍힌 연비는 12.9km가 나왔다. 설계 효율화로 2세대 모델에 비해 약 10%(180kg) 감량해 연비도 종전보다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 전 모델에 비해 180kg을 감량한 이쿼녹스 차체(사진: 한국GM)

 

시승 기자들 사이에서 평가가 가장 아리송한 부분은 가격이었다. 이날 탄 차량은 이쿼녹스 프리미어 모델(전륜 구동식)로 옵션을 포함해 4040만원이었다. 멕시코 소재 GM공장에서 제작해 수입해 들어오는 차량임을 감안해도 '싼타페', '쏘렌토', 'QM6' 등 국내 경쟁 SUV보다 기본적으로 다소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데일 설리번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부문 부사장은 "시장에서 가격보다 가치가 크다고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의 본토 미국에서 검증된 차량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만약 여기가 미국이었다면 한국산 차보다 높게 잡힌 가격을 둘러싼 잡음은 덜 나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GM은 지난 7일 부산모터쇼에서 이쿼녹스 첫선을 보이며 판매를 시작했다. 한국GM측은 물량을 밝힐 수 없지만 초도물량이 오는 7월말이면 다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쿼녹스 1차 판매물량이 2000~3000대일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더 뉴 스파크'에 이쿼녹스까지 더하면 한국GM은 이달부터 월 판매량 1만대를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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