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6위 '국민기업'이자 세계 5위 철강사 포스코의 새 수장에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대표이사)가 낙점됐다. 최 사장은 사업적으로 전임자인 권오준 회장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인물인 동시에, 최근 차기 회장 인선과장에서 불거진 '정치권 낙하산설, 포피아(포스코 마피아)설'을 피해갈 수 있는 인사다.
그런 점에서 포스코가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권오준 회장이 정치권 압력에 밀려나는 모양새로 사의(辭意)를 밝힌 탓에 차기 수장은 적어도 사업 외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덜한 인물일 필요가 있었다. 그룹 '재무통(通)'으로 포스코 본체와 여러 계열사에서 사업을 조율한 이력도 배경이다. 철강을 본체로 사업적 '변주(變奏)'를 시도하고 있는 포스코의 차기 지휘자로 적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 "철강 그 이상…포스코 변신에 역할 기대"
포스코 이사회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확정한 이튿날인 지난 24일 최 사장은 "회장 후보로 선정돼 영광스러우면서도 어깨가 무겁다"며 "선배들의 위대한 업적에 누가 되지 않게, 임직원들과 힘을 합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선도해 나가는 기업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포스코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50년 성공역사를 바탕으로 명실상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마음가짐과 신념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최 사장은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임직원·고객사·공급사·주주·국민 등 내외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하고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해 공동 번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포스코 임직원과 포스코에 애정과 관심을 주시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 경영계획을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전 사례를 보면 통상 포스코 회장 후보자는 회장 선임 안건을 최종적으로 다루는 주주총회에서 경영계획을 밝혀 왔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최 사장 추천을 두고 "경영관리 분야의 폭 넓은 경험과 비철강분야 그룹사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Steel and Beyond)'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데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오는 7월27일로 최 후보를 회장으로 선임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 일정을 잡아뒀다.
◇ 비주류가 'P13'까지…"가장 안전한 역선택"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이명근 qwe123@ |
사실 포스코 안팎에서 최 사장이 회장 최종후보에 오른 것이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내부 출신이면서 비(非)엔지니어'라는 회장 후보 수식어만 봐도 종전의 문법에서 벗어난 선택이란 게 확연하다. 내부에서는 '리틀 권오준'으로 꼽힌 오인환·장인화 두 철강부문장 사장이 더 유력하다는 판세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종전까지 내부에서 약점일 수 있었던 출신성분과 이력이 극적 반전의 단초를 제공했다. 금속공학과를 축으로 한 서울대 공대 출신, 제철소장 경력이 있어야만 포스코 직급상 최고위급인 'P13'(회장)에 가까이 오를 수 있다는 인사관례가 '포피아' 논란으로 불거졌다. 사외이사진의 '역(逆)선택'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그룹의 기존 방향 설정에 따라 구조조정을 직접 진두지휘한 '재무통'으로서의 경력, 비철강 일선 계열사에 투입돼 현안을 직접 다룬 경험도 낙점 배경이 됐다.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권오준 회장 시기 포스코 발전 방향의 '밑그림'을 안정적으로 계승하고 이를 힘줘 추진할 만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사임 발표 전인 지난 3월말 창립 50주년 간담회에서 "철강만으로는 더는 성장을 할 수 없다. 성장 없이는 기업이 망한다는 생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창립 100주년에는 철강·인프라·신성장사업 등 3대 핵심사업의 수익 4대 4대 2로 만들고 매출 500조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60조원이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최 회장 후보에 대해 "일각에선 '비주류'라지만 36년차 '포스코 맨'으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미얀마 가스전 매각 이슈, 포스코건설 기업공개(IPO) 등 계열사 핵심 현안을 다룬 입지전적 인물"이라며 "그룹 컨트롤타워를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이차전지 핵심 소재 계열사까지 이끌어봤다는 점에서 그룹을 통솔할 '스펙'은 충분히 갖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