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실적부진에 빠진 LG디스플레이의 구원투수로 등장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기 아이폰에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가 반짝 상승한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8일 LG디스플레이가 초기 200만~400만개의 OLED 패널을 애플에 공급하고, 물량을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한 곳에서만 OLED를 공급받고 있다. 이렇다보니 패널가격을 낮추기가 어려워 삼성 외 다른 공급처를 찾고 있다는 게 보도의 주된 내용이다. 애플이 제조비용을 낮추고 삼성 의존도를 줄일 카드로 LG디스플레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도 이를 암시하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지난해 7월말 이사회에서 7조8000억원의 신규투자를 결정한 뒤 컨퍼런스콜에서 최고재무책임자인 김상돈 부사장은 "어떤 고객과의 약속을 전제로 월 3만장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업계는 '어떤 고객'이 애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올해 4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는 한발 더 나아갔다. 김 부사장은 애플에 OLED 공급이 불투명해졌다는 외신 기사와 관련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내용으로 팩트에 기초한 보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공식발표를 못할 뿐 '썸'을 타고 있다는 걸 시인한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과거에도 애플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는 등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세차례에 걸쳐 총 8300만달러(2010년말 기준 9453억원)의 선수금을 받아 애플에 아이패드와 아이폰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5년간 공급했다.
이번에 애플에 OLED를 공급한다면 이와 비슷한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에게 받은 목돈을 OLED 투자에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LG디스플레이의 기억…구글의 유혹, 횡재수냐 덜컥수냐
시장조사업체 다이제스트ICT는 "OLED 패널 공급은 애플과 LG디스플레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가격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LG디스플레이는 실적부진에서 벗어나는데 필요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 중국업체의 추격을 받아 올해 1분기 98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분기에도 패널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적자폭이 2000억원 안팎으로 더 커질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로선 공급과잉에 빠져든 LCD를 대신해 OLED를 하루빨리 키워야하는 상황인 셈이다.
OLED는 전류가 통하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다. LCD와 달리 별도의 광원이 필요없어 디스플레이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데다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는 장점이 있다. 현재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소형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 TV에 쓰는 대형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애플 공급설과 관련해선 확인해줄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