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11만원대를 기록하던 LG전자 주가가 미끄럼을 타더니 이달에는 7만원대로 떨어졌다. 넉달새 주가 하락폭이 30%가 넘는다. 올해 1분기 9년만에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기쁨도 잠시뿐 LG전자 주주들은 맥없이 떨어지는 주가에 발을 굴렀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낮추며 슬슬 몸을 사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LG전자 자체로는 나무랄데 없는 성적을 냈다. 스마트폰 사업이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가전사업에서 워낙 탄탄한 이익을 창출해 회사 전체 실적이 업그레이드 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조1407억원, 1조8788억원으로 역대 상반기 가운데 최대다.
그럼에도 LG전자 주가가 힘을 못쓰는 건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에 대한 걱정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지분 37.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LG디스플레이의 순이익이나 순손실은 LG전자의 지분율만큼 LG전자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지난해는 LG디스플레이가 1조937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LG전자는 6655억원을 지분법 이익으로 처리했다. LG전자 전체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의 3분의 1이 LG디스플레이 덕분에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9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년만에 적자로 돌아서 충격을 줬다. 이런 식으로 가면 LG디스플레이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8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급기야 LG전자가 보유한 LG디스플레이의 지분가치를 '0'으로 평가한 증권사 보고서가 등장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자회사의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지분가치를 LG전자 기업가치 산정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7조원이 넘는 회사의 주식을 휴짓조각이나 다름없이 평가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그만큼 LG디스플레이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평균가격은 올해 1월 220.1달러에서 지난달에는 177.3달러로 20% 가까이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전세계 LCD 패널 출하량 1위를 차지한 BOE를 비롯해 중국업체들이 공격적인 공장 신증설에 돌입, 공급과잉 우려를 불러일으킨 게 LCD 가격을 급격히 끌어내렸다.
증권업계는 올해 6월을 기점으로 LCD 패널 가격이 생산비용(cash cost)을 밑돌기 시작해 이제는 팔면 팔수록 적자가 확대되는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하는 LG디스플레이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중국 업체들과 경쟁 심화로 LCD TV 패널의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다"며 "향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업체로 변화를 위해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OLED는 LCD를 대체할 새로운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020년까지 OLED 분야에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