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들이 KCC의 재무안정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계 3대 실리콘 업체인 미국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터리얼즈(이하 모멘티브) 인수가 사업 위험성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수 차입금 부담이 적지 않고, 실리콘 사업의 변동성이 큰 것이 이유다. 인수한 회사의 신용등급이 낮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평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17일 KCC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CreditWatch)'으로 지정했다. S&P는 "KCC가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신용지표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KCC가 모멘티브 지분 45%를 13억5000만달러에 매입할 예정인데, 상당부분을 차입을 통해 조달한다고 가정할 때 회사 조정 레버리지 비율이 작년말 2.8배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S&P는 세부 자금조달 계획, 인수 일정, 연결 대상 여부, 그리고 인수대금 충당을 위한 유동자산 매각 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면 관찰대상 해제 또는 연장 여부를 재판단(업데이트)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KCC가 모멘티브 인수의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이어 "인수 완료 시점에 KCC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CC의 자산구성, 신사업 전략,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 여부 등을 검토해 재무 레버리지, 사업 포트폴리오 변경을 비롯한 잠재적인 변화 등으로 신용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될 경우다.
다만 S&P는 "KCC가 지난 1분기말 기준 약 4조1000억 원 규모의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팔아 차입금을 줄인다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라는 판단도 덧붙였다. 아울러 "모멘티브 인수가 KCC 실리콘 사업의 외형 성장과 비용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도 보탰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국제 신평사 무디스가 "KCC가 모멘티브 인수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KCC의 기업신용등급에 대한 하향조정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이번 인수로 KCC의 연결기준 차입금이 상당히 증가하고 사업 리스크가 확대되는 등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KCC는 인수 컨소시엄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V)의 지분 중 45%를 보유할 것인데, 여기에 상당한 차입이 발생하고 이 차입금이 KCC의 연결기준 차입금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이러한 인수금융 차입금과 자본출자로 KCC의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상승할 것"이라며 "모멘티브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기여가 이를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인수금액을 고려할 때 향후 12~18개월간 KCC의 연결기준 EBITDA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은 약 4.5~5.0배, 순차입금 대비 보유현금흐름(RCF) 비율은 18~20%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인수하지 않을 경우 각각 3.8배, 29%보다 위험성이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무디스는 "이번 인수로 KCC의 사업규모와 지역적 다각화 측면에서 개선이 예상되지만 사업 안정성이 양호한 기존의 건축자재 및 페인트 사업과 비교할 때 실리콘 사업의 치열한 경쟁과 높은 경기변동성은 사업 리스크를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거래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향후 신용등급 하향조정 폭이 한 단계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이 국제 신평사들은 KCC보다 모멘티브 신용등급을 두 단계 아래로 보고 있다. S&P는 KCC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수준인 'BBB'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모멘티브는 'B(안정적)'의 투기등급으로 판단하고 있다. 무디스는 KCC 기업신용등급을 'Baa2'로 투자적격에 두고 있지만 모멘티브에 대해선 투기등급인 'B2(안정적)'으로 판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