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싼 값에 매력적인 배당 자원을 갖게 됐다. 롯데케미칼로서도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며 대규모의 투자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배당 자금줄 확보한 롯데지주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10일 시간외대량매매를 통해 롯데물산과 호텔롯데 소유의 롯데케미칼 지분 23.24%(796만5201주)를 인수했다. 매입금액은 주당 27만9645원에 총 2조2274억원이다.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자회사 편입 시기가 적절했다는 평가다. 한마디로 싸게 샀다는 것. 롯데지주의 취득가는 10일 종가 27만1500원에서 3% 할증한 가격이다. 롯데케미칼은 올들어 47만5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즉, 연중 최고치에 견줘 41.1% 가량 낮은 값에 자회사 편입이 이뤄진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의 지배구조 개편은 신동빈 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자회사 편입 계획은 작년 10월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제기된 중장기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로서는 롯데케미칼의 배당 재원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증권가에선 지난해 롯데지주 출범 이후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지분 획득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제기돼 왔다. 롯데케미칼은 거의 매년 배당을 실행하고 있는 만큼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의 주주로 앉게 되면 배당 재원을 그룹 재편 작업에 쓸 수 있을 거라는 분석에서다.
한국투자증권은 롯데케미칼의 배당 효과를 통해 롯데지주의 내년 지배주주 순이익이 2722억원에서 8982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수익비율(PER)도 24배에서 7.3배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악재 돌파구 찾은 롯데케미칼
증권가는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자회사 편입이 롯데케미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대외적 악재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모멘텀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롯데케미칼 주가 흐름이 부진한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제품 수요 둔화와 국제유가 강세로 인한 원재료 가격 압박에 더해 원화 약세까지 가담하면서 실적이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6620억원으로 2016년 1분기(4740억원)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 편입을 계기로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돼 인도네시아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사업 등 그간 답보 상태였던 대규모 투자 계획이 다시 추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주친화정책을 통해 배당 성향을 확대시켜나갈 경우 주가가 꿈틀댈 수 있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주주친화정책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자기주식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 최대주주가 롯데물산에서 롯데지주로 변경되면서 경영투명성 개선 작업과 각종 주주친화정책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과도한 저평가 국면을 탈피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체제 완성을 위해 당분간 금융계열사 지분 처분 등을 포함한 추가적인 그룹 개편 작업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향후 ▲지주회사의 행위제한요건 해소를 위한 금융계열사 처분 ▲비상장 계열회사들의 순차적 상장 ▲계열사들의 부동산 개발 ▲호텔롯데 상장 및 롯제지주와의 합병 등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