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릿수를 지켜오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의 영업이익률이 수직 하락했다. 유가 상승이라는 악재 탓이다. 항공업계에 3분기(7~9월)는 한 해 중 최대 성수기다. 승객들에게 푯값을 올려받을 정도로 수요가 넘친다. 하지만 오른 기름값을 대다 보니 채산성이 약해졌다.
LCC들은 최근 수년간 항공기를 공격적으로 도입하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한정된 노선 속에 경쟁이 심해진 데다 유가마저 오르자 '레드오션' 문턱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들이 장거리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두 국적 FSC는 올해 3분기(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5조3700억원, 영업이익 5028억원을 합작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0.8%, 영업이익은 6.1% 늘어난 성적표다. 영업이익률은 9.4%로 작년 3분기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잘나가던 LCC들은 수익성이 급격히 꺾였다. 상장 LCC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연결 기준), 진에어(별도 기준)는 지난 3분기 매출 8179억원, 영업이익 757억원을 합작했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은 2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3% 감소했다. 3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9.3%로 1년 전 14.7%에서 5.4%포인트 하락했다. 두 FSC 평균보다도 낮은 수익성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은 몸집이 가벼운 LCC에 더 큰 타격"이라며 "인건비나 판촉비를 줄여 운영하는 '저비용' 항공사라도 유가 만큼은 피할 수 없는 비용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3분기 도입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87.3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높았다.
대한항공은 탄탄한 실적을 선보이며 최대 국적 민항사로서 체면을 세웠다. 매출은 3조5179억원, 영업이익 4018억원으로 각각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8.2%, 13% 늘었다. 전체 항공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대한항공뿐이다. 매출은 역대 분기 최대 기록을 세웠고 영업이익률은 11.4%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3% 개선됐다. 직전 분기에 비해선 9.7%포인트 높은 이익률이다.
대한항공이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차별점은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JV) 시행이다. 환승 수요와 고가 항공권 수요를 늘린 것이 수익성을 지킨 엔진이었다. 중국과 일본노선도 회복세가 나타나는 등 해외여행 수요 확대 덕도 봤다.
다만 대한항공은 올해 초 밝힌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 12조4100억원, 영업이익 1조700억원의 연간 실적목표는 채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9조4408억원, 영업이익은 6520억원으로 달성률은 각각 76%, 60.9%다.
아시아나항공은 최대 성수기임에도 내세울 만한 수익성 개선 성과를 내지 못했다. 3분기 매출은 1조8521억원, 영업이익은 1010억원이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6% 늘었지만 영업익은 14.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5.5%로 전년동기 7.3%보다 1.8%포인트 낮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LCC와의 경합을 피해 '장거리 항공사'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경영정상화 계획 3년의 마지막인 올해까지도 이렇다 할 수익성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가 압박이 강해지면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유동성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까지 누계로 매출 5조987억원, 영업이익 203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3%, 8.4% 늘어난 수준이다. 누적 영업이익률은 4%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0.1% 낮아졌다.
애경그룹 계열인 국내 선두 LCC 제주항공은 매출 3501억원, 영업이익이 378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3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4%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포인트 하락한 10.8%로 나타났다.
역시 유가 상승에 악영향을 받았다. 제주항공은 기단 및 노선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기름값이 오른 만큼 푯값을 올려 여객기 좌석을 채우지는 못했다. 제주항공은 유가 변수를 줄이는 한 방편으로 연료효율이 높은 보잉 737맥스(MAX) 기종 40대를 2026년까지 도입, 기단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같은 한진그룹 계열 LCC 진에어는 3분기 매출 2755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8.5% 늘었지만 역시 영업이익은 18.2%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819억원, 85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1%, 9% 증가한 규모다.
3분기 진에어 수익성이 감퇴한 것은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운항 차질에 배경이 있었다. 오너 일가의 '물컵 갑질' 사태 여파로 항공당국의 면허취소 검토 등 악재가 있었지만 영업 측면에서는 큰 차질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기업공개를 통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티웨이항공은 3분기 가장 급격한 실적 악화를 보였다. 매출은 1923억원으로 전년동기와 견줘 16.4%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22억원에 그치며 1년 전보다 52.3% 급감했다.
티웨이 측은 "유가 상승과 일본 재해에 따른 운항 차질"을 수익성 저하의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LCC와 비교해도 부진의 골이 깊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3분기 15.5%였지만 올 3분기는 6.3%로 9.2%포인트나 급강하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성공적 기업공개(IPO)를 위해 포장된 과거 수익성 탓"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