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신규 사업자 선정을 앞둔 예비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정부가 항공 면허 발급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복수 사업자 선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LCC의 가파른 성장세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에어로케이항공은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로부터 118억원의 자금을 추가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투자 업계에서 '1조 거부'로 유명한 이민주 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작년 말 에어로케이항공의 모회사 에어이노베이션코리아(AIK)가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118억원의 신주를 사들였다. 이번 증자로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에어이노베이션코리아 지분을 40% 확보하며, 에어로케이항공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앞서 2017년에도 이 회사에 160억원을 투입했다. 이로써 총 투자금은 278억원으로 늘어났다. 에이티넘파스너스 외에도 쿠첸 최대주주인 부방이 에어로케이항공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CC 업계의 새내기인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국내 최초의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를 표방하며 작년 7월 설립된 신생 회사다.
이 회사엔 사모펀드 네오플럭스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각각 300억원, 1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앞서 대형 PEF인 스카이레이크와 IMM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로부터 각각 300억원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에서 350억원 규모의 투자 약정을 받기도 했다. 해당 투자가 모두 집행되면 투자금은 1650억원으로, 에어프레미아의 자본금 370억원까지 더해지면 20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플라이강원(옛 플라이양양)도 토니모리, 신세계디에프, SBI아세안스프링보드투자조합 등 20곳 업체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확약서(LOC)와 투자의향서를 모두 합치면 플라이강원의 자금 여력은 735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강원도와 양양군이 투자한 135억원도 포함돼 있다. 호남 기반의 지역항공사 에어필립도 자금 유치가 한창이다.
이처럼 예비 LCC 업계에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정부가 올 상반기 신규 사업자 선정에 앞서 항공 면허 발급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시장 진입을 노려온 사업자들의 면허 취득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작년 10월 항공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그간 신규 LCC의 시장 진입의 걸림돌로 작용한 '과당경쟁' 이라는 조항을 삭제했다. 과당경쟁의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되레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는 일부 학계와 지자체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LCC 신규 사업자 선정 당시 에어로케이항공과 플라이양양에 대해 "과당 경쟁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면허 신청을 반려한 바 있다.
항공 업계는 해당 조항이 삭제되면서 올해 적어도 1곳 이상의 항공사가 신규 면허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면허를 신청한 예비 사업자는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 에어필립 등 총 4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예비 LCC들의 시장 진입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며 "국내 LCC 업계의 향후 성장성과 시장성을 고려할 때 예비 후보군들에 대한 투자 행렬은 당분간 지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