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텔레비전(TV)용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라인 가동률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대량으로 제품을 찍어내 LCD 시장을 '치킨게임(출혈 경쟁)'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어서다. 패널은 TV 화면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충남 사업장의 8.5세대 LCD 패널 생산라인 가동률을 조정했다. 중국 쑤저우 공장을 비롯해 추가 감산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경기도 파주 8.5세대 LCD 생산라인 가동률 조정에 들어갔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단순 가동률 조정이 아닌 라인을 계속 가동해야 하는지도 고려하고 있다"며 라인 가동중단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들의 감산은 LCD 패널에서 이익을 얻기 어려워져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55인치 LCD 패널 개당 가격은 지난해 1월 143달러에서 지난달 119달러로 매달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업체들이 대량으로 물량을 찍어내면서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중국 BOE가 현지 첫 10.5세대 LCD 공장을 짓고 추가로 물량을 쏟아냈다. 세대가 높을수록 더 큰 유리기판을 넣어 더 많은 패널을 뽑아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8.5세대가 주력이다.
국내 기업들이 대형 LCD 패널을 추가 감산하고 빈 자리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채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OLED는 LCD와 달리 화면을 이루는 화소들이 개별 발광해 색재현력이 좋고, 광원이 별도로 필요없어 TV를 얇게 만들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은 OLED 기술력이 국내 기업에 비해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계획과 달리 파주 P10 신공장을 LCD가 아닌 10.5세대 OLED 라인으로 직행했다. 이르면 2022년부터 초기 양산에 들어간다. 올 하반기에는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생산라인 가동이 대기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의 한 종류인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증권업계는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샤프를 비롯한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고사한 치킨게임 전략을 중국 업체들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구사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고부가 제품인 OLED로의 라인업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