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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업계, 특화제품 키우기 '올인'

  • 2019.08.26(월) 10:52

화학업계가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고부가 정보통신기술(IT) 제품에 들어가는 화학원료 비중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황변동을 덜 타는 고부가제품으로 실적부진을 최소화하고,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26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에틸렌 가격은 이달 16일 기준 톤당 946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1386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래 31.7% 떨어진 수치다. 미국 기업들이 저렴한 셰일오일을 원료로 제품 공급을 늘려 공급과잉을 유발했고,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수요가 약세를 보여서다.

국내 화학업계도 당장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 주력 에틸렌은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며 여러 화학제품에 두루 쓰이는 범용 제품이다. 글로벌 수급상황이 악화되면서 에틸렌을 다루는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총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조8834억원, 85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 51.2% 빠졌다.

롯데와 한화, 특화주력 자회사 흡수합병
LG화학 고부가제품 매출비중 '더 확대'
금호석유화학, 특화제품 중간 원료 '증설'

화학업체들은 이에 대응해 특화제품 비중확대를 모색한다. 특화제품은 시장이 작지만, 경기변동에도 수요가 일정해 사업실적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장점을 지닌다. 기술진입 장벽이 높아 시장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것도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이유다.

롯데케미칼은 22일 완전 자회사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이르면 내년 1월2일 합병이 이뤄진다. 롯데첨단소재는 지난 2016년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화학 및 방산 4개사를 인수한 '빅딜' 당시 딸려온 특화제품 전문 회사다. 폴리카보네이트(PC), 고부가 플라스틱(ABS) 등이 주력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로써 범용제품에 더해 특화제품 비중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합병이 이뤄지면 자회사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을 때보다 자금지원이 용이하고 의사결정이 빨라지는 장점이 있다. 롯데케미칼은 그간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늘리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450만톤으로 세계 7위권이다.

이번 합병으로 롯데첨단소재의 기존 물량에 더해 롯데케미칼의 폴리카보네이트(PC) 생산능력은 올 하반기 연간 46만톤으로 세계 3위권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PC는 핸드폰 등 IT기기에 쓰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GS에너지로부터 PC 중간 원료 비스페놀에이(BPA)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 원료 수급처도 마련했다.

한화케미칼도 자회사와 합병으로 특화제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내년 1월 1일 합병을 목표로 지난달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합병을 결의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가벼우면서 내마모성 등이 우수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등이 주력 사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항공우주, 자동차 등 사용처가 무궁무진하다"며 "범용제품이 중심인 한화케미칼이 EP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었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들도 특화제품 시장을 겨냥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LG화학은 고부가제품 매출비중을 2022년까지 20% 초반에서 30% 중반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LG화학은 일찌감치 특화제품에 발을 들여, ABS가 화학사업 영업이익 4분의 1가량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은 2021년까지 BPA 생산능력을 연간 45만톤에서 65만톤으로 늘리기 위해 설비증설을 진행 중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금호피앤비화학의 BPA 생산능력은 세계 3위권으로 뛰어 오른다. 특화제품 전방 시장을 노린 전략이다. 의료용 장갑 등에 쓰이는 특화고무 NB라텍스 증설분 15만톤도 상업가동이 목전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수요가 약화되는 와중에 중국 등에서 물량을 추가로 공급해 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그간 범용제품이 중심이었던 화학업계가 특화제품으로 살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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