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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느리지만 빠른 길'

  • 2019.08.05(월) 15:37

특화제품 포함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강화
장수기업 바스프처럼 단단한 장수기업 지향

"더 빠르게 가려면 느리게 가는 법부터 배워야 하지 않나, 혹은 느리게 가는 법을 꼭 배워야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미국 3M 수석부회장 시절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한국방송(KBS) '글로벌 성공시대'

신 부회장이 LG그룹에서 조금씩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LG화학 대표이사로 부임한지 반 년이 지나 개최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선 직접 작성한 '강한 회사를 더 강하게'란 제목의 회사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지난달 9일 LG트윈타워에서 기자간담회 중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LG화학 제공

특히나 LG화학 화학사업 전략에서 신 부회장이 언급한 '느리지만 빠른 길'이 구체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급격한 매출 신장이 없더라도 다양한 특화제품을 통해 경기침체에도 '튼튼한 회사'를 만들겠단 방향성이다.

신 부회장은 전임 대표이사였던 박진수 현 이사회 의장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화학사업 전략 수립 과정에서 교감을 나누며 회사 방향타를 조율 중이다.

◇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LG화학은 국내 화학업계에서 롯데케미칼과 맞수 관계로 거론된다. 두 회사는 매분기 영업이익에서 엎치락 뒤치락 순위경쟁을 이어간다.

다만 양사는 같은 화학기업이라기엔 체질이 다르다. 롯데케미칼은 여러 곳에 두루 쓰이는 범용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다. 전통 화학기업의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LG화학은 고부가 제품으로 불리는 특화제품을 추가했다.

두 회사의 다른 전략은 영업이익단에서 실적 차별화로도 이어진다. 롯데케미칼은 화학업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범용 화학제품이 쓰이는 플라스틱, 섬유 등은 경기가 좋아지면 수요가 그만큼 확 늘어난다. 소비자들이 돈을 쓸 여력이 많아지면서 화학제품 사용처도 그만큼 확대된다. 반대로 경기가 안좋아지면 수요도 팍 죽는다.

다만 LG화학은 업황변동에 덜 민감하다. 특화제품은 비싼 만큼 시장이 작다. 반대로 말하면 비싸면서도 고정 수요층이 있다는 의미다. 비행기에 쓰이는 탄소섬유 등이 대표적이다. LG화학 주력 제품으로 자동차 내외장재, 복사기, 청소기 등에 쓰이는 고기능 플라스틱(ABS)은 화학사업 영업이익 4분의 1 가량을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범용제품인 폴리올레핀(PO)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롯데케미칼은 70%인데 반해 LG화학은 25%에 불과하다"며 "LG화학이 고부가 제품에 공을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 특화제품이 '살 길'

LG화학은 앞으로도 이같은 화학사업 다변화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비록 호황기에 급격한 성장을 거두진 못해도, 지금과 같은 업황부침에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 단단한 기업으로 클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신 부회장이 과거 언급한 '빠른 길로 가는 느린 길'과 맥이 닿는다.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정호영 LG화학 사장은 지난달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조금 긴 호흡에서 석유화학사업 전략 전개 방향은 고부가 제품비중을 늘려 고수익성, 수익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비중이 3년 후 30% 중반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부가제품 매출비중은 20% 초반에 머물고 있다.

LG화학의 다변화 전략은 화학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레드 바이오(제약), 그린 바이오(식량), 화이트 바이오(환경 및 에너지) 등으로 사업영역이 넓다. LG화학의 이같은 전략은 설립한지 150년이 넘는 장수기업 독일 바스프와 유사하다. 여기에 더해 바스프가 지니지 못한 전기차 배터리를 더해 미래 성장동력까지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 부회장은 편광판 사업 등 적자를 보는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를 첨단소재사업본부로 재편해 재조정하며 사업 성과를 내려 노력중"이라며 "사업재편이 성공하면 배터리 성장성을 확보하면서 운신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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