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반도체 사업 점검 후>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신년사>
"2020년에는 고객 가치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고객 관점에서 고민하고 바로 실행하는 실천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디지털 시무식 동영상>
새해 첫 업무일인 지난 2일 주요 대기업집단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은 2020년을 새 10년 시작의 전기(轉機)로 삼겠다는 각오를 곳곳에서 내비쳤다. 영광이든 과오든 과거는 묻어두고, 기본을 다져 생존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창업하듯 새로운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미래를 준비하자는 결의가 이들의 말 속에 담겨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첫 경영 행보를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를 찾에서 시작했다. 2015년 이후 끊긴 그룹 차원의 시무식 신년사는 올해도 없었다.
그는 3나노 반도체 개발 점검과 디바이스 솔루션(DS)부문 사업 전략 회의 후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새해 첫 말을 남겼다. 이어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자"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또 "우리 이웃,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전체적으로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최근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새 10년이 시작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창립 51년째를 맞는 2020년을 전환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는 평가다.
삼성은 이날 준법감시위원회를 새로 구성을 준비하고 있고, 위원장에 진보 성향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을 내정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새 10년을 계기로 삼자는 말은 재계 곳곳에서 나왔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올 한해는 일류 한화의 사업별 선도 지위와 미래 가치를 확보해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역시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2020년을 새로운 10년 항해를 위한 토대로 만들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기술 ▲사업기반 ▲조직문화 등 '3대 혁신'을 과제로 제시하면서 그 중심에 '고객 최우선'이라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스타트업 창업가'와 같은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직원 개개인이 거대 조직 일원이 아니라 다양한 개성과 역량을 갖춘 기업가 같은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통적 '굴뚝산업'의 대표격인 포스코의 최정우 회장도 새해 신사업 추진 의지를 강하게 표현했다. 최 회장은 "신(新)모빌리티, 인공지능(AI), 친환경 사업의 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집중하는 이차전지 소재, 스마트 팩토리, 친환경 에너지 등의 분야가 신성장동력으로 더욱 각광 받을 것"이라며 이 분야를 강조했다.
배터리와 자동차소재 사업을 키우고 있는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도 "앞으로 변화의 속도와 양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빠르고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직원 여러분이 '변화와 혁신의 주도자(Change Agent)'가 돼달라"고 주문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사업 지향점인 '고객'을 다시 중심에 두고 기본기를 다지자는 다짐도 내놨다. 대표적인 인사가 LG그룹 구광모 회장이다. 그는 올해 디지털 동영상 방식으로 내놓은 신년인사를 통해 24차례나 '고객'을 언급했다.
구 회장은 거의 모든 문장에 고객이란 단어를 담아 매시지를 전했다.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곧 우리 LG 구성원의 즐거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직원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고객의 행복과 감동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한다", ""모든 것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고충)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식이다.
효성 조현준 회장 역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객을 근간에 둬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 해를 시작했다. 조 회장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특이점(singularity)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고객이 곁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 고객의 목소리를 나침반으로 삼아야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 조사에서 올해 국내 10대 그룹의 2020년 신년사 키워드에 가장 많이 담긴 말은 '고객'으로 총 56회로 언급됐다. 이어 '성장'(42회), '미래'(28회), '혁신'(23회) 순이었다.
새 10년의 시작이 주는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의식도 묻어났다. 격변의 미래에 기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예측이 어려운 '초불확실성의 시대'지만, 이럴 때일수록 최대한 앞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 둔화,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의 불안요인을 짚으면서도 "두산은 124년 역사 속에서 온갖 변화에 맞서 도전을 반복하면서 지금의 글로벌 두산을 이뤘다"고 강조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별도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고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인터뷰와 발언, 구성원들의 대담 등을 통해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화두를 표현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 자리에 대해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를 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고 이루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SK하이닉스 시무식에서는 이석희 사장이 강연 형식으로 "불확실성이 바로 우리가 대응해야 할 '뉴노멀(New Normal)'"이라며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선 원가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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