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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없을수도"…위기감 불어넣는 재계 총수들

  • 2019.09.26(목) 15:23

구광모 "앞으로 몇년이 생존 좌우"
최태원 "이런 지정학적 위기 처음"
위기경영 속 대형 투자 속속 진행

재계 총수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달아 '위기론'을 내놓으며 대응책을 주문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취임 후 처음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지금의 경제상황을 'L자형 경기침체'라고 진단했다. 인구감소에 따른 수요 위축,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악재로 저성장이 상시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구 회장은 또 "앞으로의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방식과 체질을 철저히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고경영진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그는 "사장단이 몸소 주체가 돼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야 한다"며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24일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권영수 ㈜LG 부회장, 조준호 LG인화원 사장 등 최고경영진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구 회장은 최고경영진들이 변화에 더욱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사진=㈜LG 제공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SK 회장을 맡은지 20년 동안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 맞는 것 같다"며 현 경제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최 회장은 "이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단순하게 끝날 것 같지 않다"며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으로 30년은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안팎의 우려가 고조되자 지난 8월부터 현장경영에 돌입했다.

그는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중국 패널업체들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포기하지 말고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9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 이 부회장은 경영진과 반도체 사업전략을 논의하고 신규라인 건설 현장을 점검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위기 돌파를 위한 주요 그룹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총 2조4000억원을 투자해 미국에 자율주행차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승부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차를 양산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삼성은 올해 초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의 투자를 결정한데 이어 내달 중 13조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 올해 8조원, 내년 4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총 15조원을 OLED에 쏟아부었다.

SK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17억달러 규모의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듀폰의 웨이퍼사업부를 인수했다. 또 미국에 의약품 위탁생산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등 제약·바이오 분야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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