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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핸들' 잡은 정부, 멈출까 달릴까

  • 2020.06.01(월) 11:07

산은 차입금 900억, 연장이냐 회수냐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여부도 관심
쌍용차 "코로나로 대주주 투자 중단"

쌍용자동차가 산업은행에 빌린 단기차입금 900억원의 만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7월 산은이 차입금 상환을 연장하면 쌍용차는 회생의 시간을 벌 수 있지만 대출을 회수하면 자칫 유동성 위기의 트리거(방아쇠)가 당겨질 수 있다.

차입금 만기를 연장했다고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와 수입차 틈바구니에 낀 쌍용차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수천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이나 산은의 투자를 원하고 있지만 '시장 논리'만으로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쌍용차 '핸들'을 잡은 정부 의지에 따라 쌍용차의 운명이 갈린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는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했다. 지원대상은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으로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항공·자동차 등 산업군이 지원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쌍용차도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쌍용차의 직원은 4912명이고 장단기 차입금은 총 5049억원이다. 조건에는 충족하지만 지원 대상으로 선정될 지는 미지수다. 이번 기금이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될 것으로 보여서다.

쌍용차의 경영 위기는 수년전부터 누적되어 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은 아니란 얘기다.

쌍용차는 2017년부터 13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09년 이후 10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간 영업적자인 상황에서도 회사에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이 들어왔지만, 작년부터는 영업적자에 현금 흐름까지 급격히 악화됐다는 얘기다.

단기부채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2013년 이후부터 적정선(100%) 이하를 밑돌고 있다. 올 1분기 유동비율은 41%까지 떨어졌다. 감사인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차의 저조한 유동비율 등을 이유로 1분기 감사의견을 '거절'로 표명했다.

쌍용차의 자구안이 선행되면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열린 기금운용심의회에서 한 위원은 "코로나 이전부터 (재무구조가) 나빠진 기업들은 구조조정, 사업 재편 등을 통해 개선한다는 노사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합의가 이행될 때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최근 쌍용차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부산 물류센터를 263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1일 서울 구로동 서울서비스센터 부지 1만8089㎡(5471평)를 1800억원에 매각했다.

쌍용차가 자구안으로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문제는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다. 쌍용차는 향후 3년간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5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초 쌍용차의 대주주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는 2300억원을 투자하고 자구안으로 1000억원으로 마련한다는 조건으로 산은에 17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산은의 지원 의지가 불투명하고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마힌드라의 지원 규모는 400억원으로 축소됐다. 당시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새 투자자를 찾는 동안 사업 운영을 계속할 수 있는 '특별 일회성 자금'이라고 규정했다.

지원금은 차입금 형태로 지원됐다. 쌍용차가 요청하면 주식으로 전환되지만 그전까진 이자(3%)도 내야한다. 지원규모나 지원방식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셈이다. 앞으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쌍용차 대주주의 지원 의지 등을 따질 수 있는데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쌍용차에 대한 '지원 의지'가 여전히 유효한지도 마힌드라가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경영상 어려움은 있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마힌드라가 대규모 투자를 철회했다"며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투자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어 "자동차는 향후 3~4년 이상을 내다보고 투자해야하는 산업"이라며 "지원을 받아야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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