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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방관하다 자동차 구조조정 더 어려워졌다"

  • 2021.04.05(월) 17:26

이항구 위원 '차 산업 구조조정' 일문일답 
"쌍용차 노조, 배수진 치면 아무것도 못해"
"한국지엠 내년부터 문제...르노삼성도 심각"

정부에선 '자구안을 내놓아라. 그러면 도와주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에선 감원은 없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5일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의 위기에 대해 "수수방관하다 해법을 찾기 더 어려워졌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발 벗고 나서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 연구위원과의 전화 통화를 요약한 일문일답이다.

-르노삼성차, 한국지엠, 쌍용차 등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의 위기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때까진 글로벌 자동차 모기업들은 자구안을 만들어 해외 자회사들도 다 살리려고 했다. 최근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있어서다. GM은 구조개편을 했고 르노는 진행 중이다. 둘 다 공급 축소 조정이다. 국내 시장이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좁아졌다. 한국 정부가 (지원을) 쏟아붓는다면 모기업은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늦어진 감이 없지 않다.
▲이 문제가 불거진 지가 13년 정도됐다.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이후 제가 구조조정을 제안했지만 계륵이 됐다. 모두 듣고선 '알았다'고만 하고 끝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 이렇게 됐다. 지금 와선 해법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해법을 내놓지 않을 수는 없다.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이 있을 텐데. 
▲하나의 선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내 산업 각 권역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자동차 산업에 돈을 쏟아 부으면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또 하나 간과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완전 독점 문제다. 지금도 사실상 완전 독점 체제다. 한 산업이 완전 독점으로 간다는 것은 효율성이나 소비자 후생에 있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번에 구조조정을 또 미루면, 10년 뒤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어떻게도 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정부는 사측이 가만히 있으니 공을 노조 측에 계속 던지고 있다. 일례로 쌍용차를 보자. 정부에선 '자구안을 내놓아라. 그러면 도와주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에선 감원은 없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작년 한 완성차 회사 노조에서 진행한 집회/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각 사이드에서 양보가 없으니 반대쪽에서 낼 카드가 없는 거 아닌가.
▲과거 미국에서 GM(제네럴모터스) 구조조정 하듯이 태스크포스 만들어서 일년이상 작업을 했어야했다. 우린 그간 솔직히 말장난만 한 것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하자 미국 정부는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출신의 구조조정전문가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구조조정 전문 투자은행과 컨설팅 회사에 전권을 넘겼다. GM은 2013년 구제금융을 졸업하고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2018년 정부와 미국 본사 지원을 받은 한국지엠은 어떤가.
▲한국지엠(GM)이 2023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도 부평 2공장이 올 하반기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한국지엠 문제는 물밑에 가라 앉아 있을 뿐이다. 내년에 문제가 될 것이다. 쌍용차를 어떻게 손대느냐에 따라 내년 한국지엠 문제와 연결될 것이다.(2018년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7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면서 GM이 향후 5년간 한국지엠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먹튀 방지책'이 끝나는 2023년 이후 또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르노삼성차도 상황이 좋지 않다.
▲아무도 얘기 하지 않지만 르노삼성차도 심각하다. 내수도 빠지고 수출도 예전만큼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협력업체가 고사하고, 협력업체가 죽으면 르노삼성차도 쓰러진다. 모기업(르노그룹)이 구조조정하는 것을 봐선 (르노삼성차도) 버티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지금이라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일각에선 무조건 문 닫아야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책 없는 얘기다. 물론 작년부터 정부가 손을 대고 있지만 답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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