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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GM 노사, '패자'여야 하는 이유

  • 2020.11.10(화) 15:59

6년째 적자 한국GM, 5년째 파업중
양보없는 노사, 8천억 투자 국민에 무관심

한국GM은 올해도 파업 중입니다. 지난달 30일을 시작으로 하루에 4시간씩 부분 파업으로 5영업일간 공장의 가동이 멈췄습니다. 한국GM의 파업은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매년 이어지고 있죠.

노조가 파업을 진행한 지난 4년간 한국GM은 계속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적자 행진은 파업기간 중에도 이어졌죠. 영업손실 규모는 2016년 5219억원, 2017년 8385억원, 2018년 6148억원, 2019년 3324억원 등 매년 수천억원대에 이릅니다.

파업을 보는 시각은 2가지입니다. 우선 회사가 적자 늪에 빠졌는데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들의 이익만 챙긴다는 노조에 비판적인 시각입니다. 이 반대편엔 경영진의 경영 실패를 노조에 떠넘기며 희생을 강요한다는 시각이 있죠.

수년간 진행된 진흙탕 싸움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느 쪽이건 싸울 명분과 이유는 있습니다. 올해 사측은 소모적인 파업을 줄이자며 임금협상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바꾸는 조건으로 성과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임금협상 주기를 건드릴 수 없고 기본급 인상에 성과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사가 서로 입장을 꺾지 않으니 태도는 더 강경합니다. 노조는 파업을 선택하고, 사측은 부평공장 투자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손익구조에서 보면 노조와 사측은 서로의 것을 뺏고 뺏는 관계입니다.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매출원가나 판관비로 처리되는데, 이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이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익이 줄면 주주의 몫인 배당이 줄어들게 되죠. 임금을 더 가져가겠다는 노조, 임금을 덜 주고 싶은 사측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관계인 셈이죠.

하지만 노사가 늘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것은 아닙니다. 50년 넘게 무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도요타는 지난해 노사간의 합의를 통해 차등적 임금인상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환경이나 경영여건이 다른 회사들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공존하지 않으면 공멸하는' 노사간의 관계일 것입니다.

이 같은 사례를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쌍용차는 2009년 유혈사태 이후 11년 만에 해고된 노동자 35명이 다시 출근했지만, 회사 상황은 11년전보다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올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171억원으로 '쌍용차 사태' 1년전인 2008년 3분기 영업손실(1083억원)보다 많습니다. 지난 6월 기준 쌍용차는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이죠. 얼마 전에 만난 쌍용차 관계자는 "회사 없이는 노동자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노동자 없이도 회사는 있을 수 없죠.

무엇보다 한국GM의 이해관계자는 노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의 혈세가 한국GM에 들어가 있죠. 2018년 산업은행은 한국GM에 7억5000만 달러(약 8000억원)를 투자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산은을 통해 한국GM에 들어간 것이죠. 단순히 한국GM에는 노사 이외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또 다른 이해관계자가 있는 셈입니다.

한국GM 측은 올해 잔업 거부와 부분 파업으로 생산손실이 1만2000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올해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힘들뿐더러 당장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과 겹쳐 유동성을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미 한국GM에 투자한 국민들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죠.

한발도 양보하지 못하는 노사가 매년 극한 대치를 벌이는 지난 5년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급변했습니다. 전세계 자동차 산업은 2018년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고 올해는 코로나19까지 터졌습니다.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온다'는 말처럼 내연기관차의 위기가 시작되자 전기차의 시장이 열리고 있죠.

이 격변기에 노사 분쟁에서 누가 이기든 상처뿐인 승리일 것입니다. 이런 승리를 또 한 번 거두었다간 우리는 망하게 되는 것이죠. 모두가 이기는 방법은 단 한 가지입니다. 노사 분쟁에서 노사 모두가 지는 것이죠. 노사가 한발씩 물러나 분쟁을 빨리 끝내고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는 길, 그것이 한국GM의 이해관계자인 국민이 바라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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