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주춤했던 가전시장의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가전시장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맞춤형', '신(新)가전'이라는 각각의 전략을 내세우고 프리미엄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며 수요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본격적인 실적 회복은 하반기부터겠지만, 2분기 역시 생각 이상의 실적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가전도 개성 넘치게…삼성 '맞춤형' 가전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국내 가전시장 공략을 위해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운다. 삼성전자가 '나답게' 개성을 반영한 맞춤형 가전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면, LG전자는 '가전은 LG'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신가전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내놓는 중이다.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즘'이다. 공급자 중심의 일률적인 제품이 아닌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가전'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다.
변화의 시작은 지난해 6월 '비스포크' 냉장고부터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삼성 냉장고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는데, 이에 비스포크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이 기간 동안 비스포크는 삼성 냉장고 판매량의 6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프로젝트 프리즘의 일환으로 모든 가전 제품에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통합 슬로건을 적용키로 했다. 그간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은 시장 점유율에 비해 특색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각종 매체 광고를 포함한 온·오프라인 매장, 제품 카탈로그 등에 슬로건을 폭넓게 사용함으로써 삼성 가전의 아이텐티티를 소비자들에게 쉽게 전달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냉장고 이후 해당 색상을 식기세척기와 직화오븐, 전자레인지, 인덕션 등에 적용해 소비자들이 맞춤형 주방을 꾸밀 수 있도록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세탁기 '그랑데 AI', 포터블 인덕션 '더 플레이트' 등의 혁신 제품도 다채롭게 선보였다.
향후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좀 더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가전제품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부터 라이프스타일 급변에 따른 생활가전 사업에서의 혁신을 주문해온 바 있다. 지난 23일에는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코로나19 사태 이후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대응한 신제품 도입 계획에 대해서도 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LG전자, 고객 니즈 반영 '신가전'으로 새흐름
LG전자는 세상에 없던 가전, 이른바 '신(新)가전'에 주력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신가전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일반적인 가전 기기가 아닌 의류관리기나 수제 맥주 제조기와 같이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내는 가전 제품을 말한다.
특히 LG전자는 최근 대용량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의류관리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스팀 가전에도 대용량을 앞세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트롬 스타일러 대용량 제품의 국내 판매 비중은 올 1월 전체 판매량의 55%에서 6월 70%까지 증가했다. 대용량 트롬 스타일러 경우 바지 1벌을 포함해 한 번에 6벌까지 의류를 관리할 수 있다. 트루스팀으로 옷의 유해세균을 99.99% 살균하고 옷에 밴 냄새와 집먼지 진드기 등을 없앤다는 것이 LG전자 측 설명이다.
대용량 16kg 건조기의 경우 이달 LG전자 국내 건조기 판매량의 80%를 차지했다. 이중 스팀 모델을 선택하는 비중은 90%를 넘겼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 실험결과에 따르면 LG전자 스팀 건조기의 스팀 살균코스는 유해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 녹농균, 폐렴간균을 99.99%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노려 이익 극대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시장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겨냥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은 여전히 공통 관심사다. 대중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리미엄 제품 라인 제품은 기업의 이익률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초고가 생활가전 브랜드인 'LG시그니처'의 정체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 초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시그니처'를 테마로 신진 현대작가들과 협업한 아트 시리즈를 홈페이지에 소개하기도 했다. 산티 쏘라이데스, 피터 타카, 안드레아스 바너스테트 등 신진 작가들은 가전, 생활공간을 각각 작품과 갤러리로 삼아 사진과 영상으로 LG시그니처를 표현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지난 2013년 미국 유명 럭셔리 빌트인 가전 브랜드인 '데이코'를 인수하며 국내 럭셔리 가전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에 데이코의 빌트인 가전을 전시한 브랜드 체험 공간 '데이코 하우스'를 오픈한 바 있다.
◇2분기 최악 실적? "기대 이상"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시장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2분기 가전사업 실적이 기대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내수 비중이 높은 LG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LG전자의 경우 프리미엄 비중 제품이 높아 경기 불황의 영향을 덜 받는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건강·위생에 신경쓰는 소비자가 늘어나 신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에서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해외의 프리미엄 수요도 예상대비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코로나로 인한 실적 부진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소비 양극화 심화로 연말로 갈수록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호조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코로나19로 안전과 생활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LG전자에게 큰 기회"라며 "소비재 시장에서 확고한 브랜드 선호도와 B2B 시장에서의 확실한 제품 신뢰도를 갖고 있고 신가전 매출 신장세도 이어지고 있어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부 수익성은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 최악의 실적이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경우 예상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이익은 1분기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보다 양호할 것"이라며 "그 원인은 반도체 이익 증가가 크겠지만 CE와 IM 등 세트 사업부도 우려했던 수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괜찮을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이고, 생활가전 분야는 기대 이상의 수익성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우려했던 TV 및 스마트폰 판매가 온라인 중심 판매 호조와 오프라인 매장의 마케팅 비용 축소로 수익성이 기존 예상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최근 수요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해도 성급한 실적 상승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분기가 시작되는 4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실적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았던 면이 있다"며 "지난 4월 코로나19 여파가 유럽 등 해외에서 크게 작용해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며 기대치를 높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