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1위' 자존심 대결이 박빙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올 2분기도 예년과 같았다. 매출액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LG전자가 앞섰다. 당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두 업체 모두 부진한 실적을 낼 것이라 예상됐지만, 모두 온라인 판매를 발빠르게 확대하면서 비용 효율화를 진행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했다.
◇수익성은 여전히 LG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52조9700억원, 영업이익 8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가전을 담당하는 CE(Consumer Electronics) 부문의 매출은 10조1700억원, 영업이익 73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매출은 다소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62%나 늘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7.2%로 전년동기(6.4%)보다 1.8%포인트, 직전 분기(4.4%)보다 2.8%포인트 개선됐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주요 지역이 봉쇄되고 시장 수요가 급감하면서 매출액은 줄었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에어컨 성수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코로나19 타격을 맞았지만 마케팅 비용이 오히려 축소돼 이익률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매출 12조8339억원, 영업이익 4954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생활가전 분야인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와 TV사업을 담당하는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를 합산한 가전 부문 매출액은 7조4188억원, 영업이익은 7408억원이었다.
사업부별로 보면 H&A 사업본부는 매출액 5조1551억원, 영업이익 628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4.9%, 16.7%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15.5%, 영업이익은 12.5%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12.2%로 역대 2분기 가장 높았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본 영업이익률도 13.1%로 역시 역대 최대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4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HE 사업본부는 2분기 매출액 2조2567억원, 영업이익 11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글로벌 유통매장 휴업과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 연기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5.1%로 전년 동기와 같은 5%대를 유지했다. 마케팅 비용의 효율적 집행과 원가구조 개선 효과다. HA와 HE를 합산한 2분기 영업이익률은 10%로 전년동기(9.6%)보다 0.4%포인트 높았지만 직전분기(12.9%)보다는 2.9% 낮았다.
◇'신가전' 늘려 수익성 유지
이번 2분기 역시 LG전자 가전사업 부문은 삼성전자에 비해 매출이 적었지만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금까지 통상적인 흐름이 그랬다. 다만 분기별로 볼 때 4분기는 논외다. LG전자의 연간 실적은 상반기 높고 하반기 급락하는 '상고하저' 흐름이 강하게 나타난다. 4분기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등 비경상 비용을 장부에 크게 반영하는 경향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연말공포증' 부르는 LG전자..4분기만 되면 왜]
하지만 4분기를 포함한 연간 실적을 비교해도 LG전자의 가전사업 이익률은 삼성전자보다 높다. 지난해 삼성전자 CE 부문 영업이익률은 5.8% 수준인데 비해 LG전자는 8%였다. 특히 H&A 사업본부만 따진 영업이익률은 9.3%를 넘겼다.
이에 대해 LG전자 H&A본부 기획관리담당 김이권 상무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년간 평균 7~8%의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며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매출 성장이 이어질 것이고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8~9%대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G전자는 이같은 고수익성 유지의 이유로 '프리미엄 제품', 그 중에서도 '신가전'을 꼽는다. 김 상무는 "H&A 본부 내 신가전 제품의 매출 비중과 이익 증가율이 꾸준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수익성 유지의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코로나19 이슈로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이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품들은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저가 제품들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 역시 QLED·초대형·라이프스타일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점차 확대하며 수익성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 CE부문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이 작년 같은 기간이나 직전 분기에 비해 높아진 이유다.
◇매장 문 닫아도…'온라인' 있었다
코로나19의 급속 확산으로 북미, 유럽 등 주요국 유통 채널이 폐쇄됐지만 온라인 판매에 발빠르게 나선 것도 양사 수익성 개선에 큰 몫을 했다. LG전자의 경우 상반기 온라인 판매 비중이 15% 수준으로 높아졌다. 김이권 LG전자 상무는 "마케팅에서 온라인 채널 중요성이 커지고 사업 측면에서도 언택트 서비스 영역이 확장되고 있어 시스템적인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발빠른 대응이 빛을 봤다. 매장 폐쇄 기간 중 오프라인 판매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신규 판로를 발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봉쇄가 완화된 이후에 급증할 수요에 대비해 전시·프로모션을 사전 준비하는 등 사전 협업도 강화했다.
김원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상무는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홈페이지 콘텐츠를 강화하고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전략을 새롭게 도입하는 등 비대면 판촉 활동을 적극적으로 강화했다"고 말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직접 집에서 제품을 설치할 수 있는 셀프가이드도 제공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이 덕분에 전체 판매량 감소에도 온라인 판매량은 시장 성장률을 상회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비대면 판매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하반기 역시 이를 더욱 강화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온라인 판매 구조를 개선하고 협업을 확대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맞춤형 마케팅과 판촉 또한 지속 추진해 온라인 판매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