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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위' 조에마저…'낡은' 전기차 안 팔린다

  • 2020.10.07(수) 09:10

국내 완성차 전기차 판매 부진…테슬라 독주
브랜드 노후화되고 고객 눈높이 높아진 탓

128대. 지난 8월 르노삼성차가 "전기차(EV) 대중화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며 출시한 르노 '조에(ZOE)'의 지난달 판매량이다. 조에는 2012년 유럽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올 6월까지 21만대 이상 팔린 '유럽 1위 전기차'다. 이름값에 비하면 굴욕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국내 성적표다. 출시 첫 달엔 시승용 렌트카로 팔린 8대가 전부였다.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대전환이 예고되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에는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올해 들어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만한 전기차가 나오지 않았고 일부 전기차에선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구매심리까지 꺾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에의 부진한 실적 원인에 대해 르노삼성차 측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생산 차질을 들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에 유럽 생산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조에의 국내 출시가 늦어졌다"며 "판매 환경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계획했던 물량에는 접근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조에가 높아진 국내 전기차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조에는 8년전 유럽에 처음 출시된 이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친 3세대 모델이지만 테슬라를 경험한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르노 조에

한국GM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GM은 2017년 국내에 출시된 '볼트EV' 부분변경 모델을 지난 6월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지난달 판매량은 64대로 전년동기 대비 64.2% 감소했다. 지난 6~9월 4개월간 판매량은 306대에 그친다. 2018~2019년 연간 4000대 이상을 팔았던 실적과 비교하면 극도로 부진한 성적표다.

한국GM 관계자는 "지난 6월 출시한 부분변경 모델에 대한 반응은 좋지만 수급이 따라 주지 못했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 생산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7~8월 이후 글로벌 자동차 생산 공장이 대부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고 부분변경 모델 출시 이후 오히려 판매가 줄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핑계만 댈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전기차 판매량 감소 추세도 심상치 않다. 일단은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이 적용된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대기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018년 5월 생산단계에서부터 화재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코나EV' 대한 불안감도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대한 구매심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 코나EV는 지난 1~9월 7061대가 팔렸는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36.5% 감소한 실적이다. 지난 2018년 4월 출시된 코나EV는 출시 첫해 9개월만에 1만1193대를 팔았고 그 이듬해인 2019년 1만3587대가 팔린 '효자'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나EV 판매가 주춤한 것은 최근 잇따라 일어난 화재 사고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코나EV에서 12차례 화재가 발생했지만 아직 원인도 규명하지 못하며 소비자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내년 단종이 예상되는 '아이오닉'도 지난달 166대 파는 데 그쳤다. 올 1~9월 판매량(1274대)도 작년동기대비 22.9%% 감소했다. 아이오닉EV 판매가 감소한 것은 현대차가 내년에 E-GMP가 적용된 EV 브랜드 '아이오닉'을 출시를 예고한 영향도 있다.

현대차 코나

기아차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기아차의 '쏘울EV' 국내 판매량은 20대에 불과했다. 2017년 2051대, 2018년 1746대, 2019년 1571대 팔리던 쏘울EV의 올해 1~9월 판매량은 298대에 머물러 있다. 기아차의 또 다른 전기차 '니로EV'의 지난 9월 판매량은 245대로 전년동기대비 35.9% 감소했다. 1~9월 판매량은 2621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났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전기차를 내놓기 전까지 생긴 '공백'을 어느 차종도 메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테슬라는 이 틈을 끼어들며 국내 전기차 초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올 1~8월 국내에 등록된 테슬라는 총 8462대에 이른다. 보급형 세단 '모델3'는 지난 2월과 3월 전체 수입차 차종 중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 쏘울 등 전기차 브랜드가 노후화되고 있고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어 대기 수요가 생기고 있다"며 "내년에 아이오닉이 성공적으로 출시되면 국내 전기차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승용차 시장과 달리 상용차 시장에선 전기차가 선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 '포터EV'와 기아차 '봉고EV'의 지난 1~9월 판매량은 각각 6282대, 3040대를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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