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편집자]
삼성전자의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신제품 시리즈가 출시됐다. 2021년에 걸맞는 '갤럭시S21'이다. 이번 제품군은 전작과 같이 기본형 모델인 '갤럭시S21'과 이보다 큰 '갤럭시S21 플러스(+)', 카메라 기능을 더 강화한 '갤럭시S21 울트라' 총 3종이다.
이중 삼성전자로부터 기본형과 울트라 모델을 각각 대여해 일주일간 체험해봤다. 울트라 모델의 기능은 더욱 강력해졌고, 기본형 모델은 성능 개선을 최소화한 대신 가격을 낮췄다.
◇ 디자인 차별화…독특 색감에 메탈까지
갤럭시S21이 전작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디자인이다. 이번 신제품 3종은 모두 테두리가 금속(메탈) 재질로 돼 있다. 덕분에 무게는 전작 대비 조금씩 늘었지만, 기본형 모델에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났다.
메탈로 된 테두리는 카메라를 감싸고 있는 부분(하우징)까지 연결돼 있다. 이른바 '컨투어 컷' 디자인이다. 덕분에 왼쪽 상단 테두리의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모양)가 줄어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후면 커버 소재에는 차이가 있다. 유리 재질 느낌의 고릴라 글라스를 적용한 울트라와 플러스 모델과 달리 기본형은 글라스틱으로 돼 있다. 글라스틱은 유리와 비슷한 광택·촉감을 재현한 강화 폴리카보네이트(열가소성 플라스틱)다. 대신 무광택의 헤이즈(Haze) 공법이 얹어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지문과 얼룩이 최소화된 것은 덤이다.
이번 갤럭시 신제품의 대표 색상은 '팬텀 바이올렛'.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원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기획됐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역대 갤럭시 시리즈가 그랬듯 팬텀 바이올렛도 사진보다는 실물이 나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분홍빛의 메탈 프레임 색상과 바이올렛 색상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긴 했다.
◇ AI 더해 똑똑해진 카메라
카메라 기능도 대폭 늘었다. 가장 신기했던 기능은 '개체 지우기'였다. 사진에서 지우길 원하는 부분을 선택하면 꽤나 정확하게 개체가 선택돼 삭제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 정식으로 서비스되는 기능은 아니라서인지 개체가 지워진 자리에 남는 잔상 처리는 부족해보였다. 주변 배경 상태에 따라 온도차가 컸다. 그래도 내 사진에 같이 찍힌 행인 정도는 지울 만했다. 향후 정식으로 서비스되면 얼마나 개선될지 기대됐다.
사용자가 촬영 장면을 미리 보고 카메라 렌즈를 교체하면서 촬영할 수 있도록 한 '디렉터스 뷰' 기능도 유용할 듯했다. 화면을 분할하거나 화면 속 화면을 보면서 촬영이 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기능이 지난해 LG전자가 선보인 스위블(돌리는) 스마트폰 'LG윙'에서 '듀얼 레코딩 기능'이라는 이름으로 적용됐었다는 점은 안 비밀. 관련기사☞ [보니하니]뜻밖 중독성…스위블폰 'LG윙'의 반전미
셀피를 찍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기능도 늘었다. AI(인공지능) 기반의 얼굴 인식 기능이 강화됐고 이미지 신호·멀티 프레임 처리 능력도 향상된 덕이다. 배경 효과 전환은 이 같은 카메라의 발전을 잘 드러내는 기능이었다. AI 기반 3D 분석 기술이 적용돼 인물·동물 등을 배경과 분리, 인식해주기 때문에 다양한 조명 효과를 줄 수 있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듯한 인물 사진 촬영이나, 인물을 제외한 주변 배경을 밝고 어두운 화면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셀피를 촬영할 때 사용자가 '자연스롭게' 또는 '화사하게'로 셀피의 색감을 선택할 수도 있다. 사실 차이는 미세하지만 셀피를 찍을 때는 사소한 차이도 중요하다.
줌 기능은 최대 3배 광학줌, 최대 30배 디지털 줌이 가능하다. 광학줌은 실제 렌즈가 작동해 사물을 확대하는 것이고, 디지털 줌은 촬영된 이미지를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갤럭시S21에는 디지털 줌에도 이름이 붙었다. 'AI 기반 슈퍼 레졸루션 줌'이다. 인공지능 기능을 더해 해상도를 개선했다는 것인데, 실제 눈으로 봤을 때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20배 이상 줌인(Zoom-in) 하면 자동으로 줌 락(Zoom-Lock) 기능이 활성화돼 흔들림이 줄었다.
◇ 플래그십 아닌 플래그십
기기를 며칠 다뤄본 '한 줄 평'은 '그냥저냥 쓸 만한 제품'이라는 것. 전작에서도 다운그레이드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이번 신작에서는 더 심해진 것이 체감됐다. 관련기사☞ 갤럭시 노트20가 '스펙 지상주의' 버린 이유
카메라 기능이 다양해지긴 했지만, 향후 펌웨어 업그레이드(소프트웨어 운영체계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해 하드웨어를 개선)를 통해 다른 갤럭시 시리즈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더 그렇다.
특히 갤럭시S21 기본형은 전작에 비해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6.2인치로 같았지만, 갤럭시S20에 사용된 쿼드(Q)HD+보다 한 단계 낮은 풀(F)HD+가 적용됐다. 중저가 제품군인 갤럭시S20 FE(팬에디션)과 같은 수준이다.
전면 카메라와 후면 카메라 스펙도 같다. 기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램(RAM) 용량도 12GB(기가바이트)에서 8GB로 줄었다. 여러모로 이번 신작은 '혁신적 신제품'이라기보다는 보급형으로 출시된 갤럭시S20 FE와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S20의 중간 단계 같았다.
가장 큰 차이라고 하면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최신의 5nm(나노미터) 칩셋을 탑재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칩셋으로 전작 대비 CPU는 20% 이상, GPU는 35% 이상, AI 프로세서는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작동한다고 한다. 다만 속도 측정 없이 이를 사용하면서 느끼기는 어려웠다. 전작에서는 화면 주사율 120Hz를 최초로 지원했다면, 올해 신제품에서는 콘텐츠에 따라 48~120Hz로 자동 조절해 배터리 사용시간을 최적화했다는 점도 차이라면 차이다.
◇ 역대급 '가성비' 이유는?
99만9900원. 100만원에서 100원 모자라는 할인판매가 같은 가격을 붙인 것도 어찌보면 투명하다. '판매량'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신작의 별다른 차이가 없어진 지금, 누구나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성비 제품을 통해 판매량을 대폭 늘려보려는 심산이다.
삼성전자의 공격적 출고가에는 전작인 갤럭시S20의 뼈아픈 실패가 원인이 됐다. 갤럭시S20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높은 출고가로 판매량이 전작의 60~70% 수준에 그쳤다.
또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9.5%를 기록했다. 여전히 1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20% 이하로 점유율이 떨어진 것은 10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에 비해 애플은 아이폰12 흥행에 힘입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점유율 15.5%로 2위에 올랐다.
갤럭시S21은 아이폰12의 인기를 견제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승부수다. 이를 위해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시점도 한 달가량 앞당겼다. 갤럭시S21 판매 성과를 1분기에 온전히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관련기사☞가격 낮춘 '갤럭시S21'…아이폰12 잡을까
기본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외해 출고가격을 낮추는 애플의 전략도 벤치마킹 했다. '지속가능한 경영' 원칙을 강조해 환경 보호 일환으로 보이게 했지만, 원가 절감의 효과도 만만치 않을 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갤럭시S21 디자인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컨투어 컷 디자인을 적용해 나름대로의 변화를 꾀했지만, 생각했던 '바이올렛'의 느낌은 구현되지 않은 느낌이다. 스마트폰 후면 삼성 로고의 임팩트도 경쟁사에 비해 약하다. 갤럭시S21 이미지에 애플 로고가 박힌 사진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것을 보면 혼자만의 아쉬움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