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21'이 베일을 벗었다. 전작과 비교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디자인과 카메라다. 도드라졌던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모양)'는 덜해졌고, 카메라는 인공지능(AI)을 만나 더욱 강력해졌다. 최고 상위 모델에는 S시리즈 처음으로 노트에만 있던 'S펜'이 추가됐다. 가격도 눈에 띄게 낮췄다.
◇ 독특해진 디자인…S시리즈 최초 '펜'
삼성전자는 15일 0시(한국시간) 온라인을 통해 '삼성 갤럭시 언팩 2021' 행사를 열고 '갤럭시S21' 시리즈를 공개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삼성은 모바일 최우선 시대에 맞춰 사용자가 더욱 편리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누리며, 자신을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며 "갤럭시 S21 시리즈는 새로운 디자인, 전문가급 카메라, 강력한 성능을 모두 갖춰 각자의 스타일과 니즈에 따라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번 S21은 기존 스마트폰의 획일화된 디자인에서 벗어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스마트폰 몸체와 메탈 프레임, 후면 카메라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컨투어 컷(contour cut)' 디자인이다.
뒷면은 미끌거리지 않는 부드러운 촉감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지문과 얼룩을 최소화한 '헤이즈(Haze) 공법'으로 처리돼 있다. '갤럭시Z폴드 2'와 '갤럭시S20 FE' 등에 적용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마감법이다.
갤럭시S21 시리즈는 3종으로 출시된다. 6.2인치 '갤럭시S21', 6.7인치 '갤럭시S21+(플러스)'와 최상위 모델인 6.8인치 '갤럭시S21 울트라'다. 울트라 모델만 전작(6.9인치) 대비 디스플레이 크기가 조금 작아졌고, 나머지 모델은 똑같다. 화면 가장자리가 휘어지는 엣지 디스플레이는 울트라 모델에만 적용했다.
무게는 전작 대비 조금씩 무거워졌다. 갤럭시S21은 169g으로 갤럭시 S20보다 6g, 갤럭시S21 플러스는 200g으로 갤럭시S20 플러스보다 14g 무겁다. 울트라 모델은 전작보다 7g 무거운 227g이다.
갤럭시S21은 팬텀 그레이∙팬텀 화이트∙팬텀 바이올렛∙팬텀 핑크, 갤럭시S21 플러스는 팬텀 블랙∙팬텀 실버∙팬텀 바이올렛∙팬텀 핑크로 각각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갤럭시S21 울트라는 팬텀 블랙과 팬텀 실버 2가지다.
특히 갤럭시S21 울트라 모델은 갤럭시 노트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능인 'S펜'을 갤럭시S 시리즈 중 최초로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S펜이 포함된 2종의 새로운 커버 액세서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 카메라 스펙, 또 '역대급'
갤럭시S21·갤럭시S21 플러스는 뒷면에 1200만 화소 듀얼픽셀 광각 카메라, 6400만 화소 망원 카메라,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등 트리플(3개) 카메라를 탑재했다. 전면 카메라는 1000만 화소 듀얼 픽셀 카메라다.
갤럭시S21 울트라는 카메라가 하나 더 많다. 후면에 1억800만 초고화소 광각 카메라,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2개의 1000만 화소 듀얼 픽셀 망원 카메라를 갖췄다. 전면에는 40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갤럭시S21는 미세함(디테일)과 생생한 색상을 담은 고화질의 8K(가로화소수 약 8000개) 동영상을 촬영한 후 캡처하면 3300만 화소의 선명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영상으로 찍어 사진을 얻어 내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도 잡아낼 수 있다.
셀피 촬영 시에는 '자연스럽게' 또는 '화사하게'로 색감을 선택할 수 있다.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보정을 해주는 한편 머리카락이나 눈썹 부분도 놓치지 않고 정교하게 표현해준다는 설명이다.
'스페이스 줌'과 '싱글 테이크' 기능은 한층 향상됐다. 기본 모델과 플러스 모델은 하이브리드 광학 줌을 통해 최대 3배까지, AI 기반의 슈퍼 레졸루션(resolution) 줌으로 최대 30배까지 줌 촬영이 가능하다. 20배 줌부터는 자동으로 흔들림을 잡아주는 '줌 락' 기능이 새롭게 지원돼 멀리 있는 멋진 피사체나 중요한 글씨도 흔들림 없이 당겨서 찍을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싱글 테이크도 강화된 AI(인공지능)이 적용돼 전문가가 특수 효과를 적용한 것과 같은 다이내믹 슬로모, 하이라이트 동영상 등을 만들어준다.
브이로그 촬영에 적합한 기능도 더해졌다. '디렉터스 뷰' 기능을 활용하면 전후면 카메라를 모두 활용해 동시 촬영이 가능하다. 망원·광각·초광각 카메라의 다양한 앵글을 한 화면에 보여준다. 예를 들어 브이로그 영상을 제작할 때,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하지 않아도 배경과 피사체 등을 같이 촬영할 수 있다.
울트라는 전문가급 카메라 기능을 갖췄다. S20 울트라에서 채용했던 1억800만 화소 카메라를 그대로 탑재했다. 여전히 스마트폰 중 가장 고해상도 수준이다. 광각 카메라를 이용한 프로 모드에서는 12비트(bit) RAW 파일로 저장해 후보정 시 전문가급으로 편집하는 것도 가능하다. 동영상 촬영 시에는 60fps(초당프레임수)로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또 갤럭시 스마트폰 최초로 각각 광학 3배와 10배의 듀얼 광학 렌즈 시스템을 듀얼 폴디드 형태로 탑재했다. 이를 통해 피사체와의 거리에 따라 적합한 카메라를 작동해 최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줌으로는 최대 100배까지 촬영이 가능하다.
울트라 모델은 야간 촬영 품질도 향상됐다. 희미한 불빛이 비치는 방이나 야경 같은 까다로운 장면도 또렷하게 촬영이 가능해졌다. 저조도 환경에서 9개의 픽셀을 하나의 픽셀로 병합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노나 비닝(nona-binning)' 기술과 향상된 노이즈 감소 기술이 탑재된 결과다.
◇ "최신폰 중 가장 똑똑하다"
최신 스마트폰답게 '두뇌' 격인 프로세서도 가장 강력한 제품을 달았다. 3종 모두 최신 스마트폰 칩셋인 삼성전자의 '엑시노스2100'과 퀄컴의 '스냅드래곤888'이 탑재된다. 8K 영상 촬영이나 동영상 편집, 클라우드 게임 등 고사양 고용량 프로그램도 매끄럽게 즐길 수 있다.
S21과 S21 플러스는 콘텐츠에 따라 최대 120Hz(헤르츠)까지 화면 주사율을 자동으로 조정해준다. 주사율은 1초 동안 화면에 프레임을 나타내는 횟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그래픽이 선명해지고 화면이 부드러워진다.
S21 울트라는 처음으로 쿼드HD+ 화질에서도 120Hz 화면 주사율을 지원한다. 콘텐츠에 따라 10Hz부터 120Hz까지 자동으로 주사율이 조정된다. 울트라 모델은 디스플레이(화면)도 역대 삼성 모바일 디스플레이 중 가장 밝다. 전작 대비 25% 더 밝고 50% 향상된 명암비를 구현한다. 갤럭시 스마트폰 중 가장 밝은 1500니트(nit·휘도의 단위)로 야외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이밖에 기존 대비 1.7배 큰 지문 인식 스캐너를 탑재해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지문 인식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독자 칩셋 레벨 보안 플랫폼인 '삼성 녹스 볼트'를 통해 사용자의 민감한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 저렴해진 가격…아이폰12 잡아라
갤럭시S21과 갤럭시S21 플러스는 8GB 램(RAM), 256GB 내장 메모리를 탑재한 모델로 출시된다. 가격은 각각 99만9900원, 119만9000원이다. 갤럭시S21 울트라는 12GB RAM, 256GB 내장 메모리 모델과 16GB RAM, 512GB 내장 메모리를 탑재한 모델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145만2000원, 159만9400원이다.
이는 전작인 S20에 비해 가격이 크게 인하된 수준이다. 모델별로 비교하면 기본형과 플러스형의 가격은 각각 24만8600원, 15만4000원 내려갔다. 울트라의 경우 같은 메모리 사양으로 비교했을 때 14만3000원 저렴해졌다. 특히 갤럭시S21의 경우 국내 출시된 5G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 유일한 100만원 이하 제품이다. 가격 승부수로 '박리다매' 전략을 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충전기와 이어폰은 제공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안 쓰는 충전기를 서랍에 방치하는 등 낭비를 막기 위해 갤럭시 S21 패키지에는 다른 제품 충전기와 호환되는 USB-C 케이블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환경 보호 의지를 부각했지만 소비자들은 원가 절감 목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이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아이폰·갤럭시가 충전기 빼는 이유
삼성전자가 이같이 공격적 가격 전략을 펴는 것은 지난해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2가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5230만대를 출하해 2위에 올랐다. 이에 비해 4100만대를 출하한 삼성전자는 3위로 밀려났다. 애플이 첫 5G폰인 아이폰12로 단숨에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연간 판매량을 넘어선 것이다.
이번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이 애초 예상보다 한 달가량 빨리 출시된 것도 아이폰 견제의 일환이다. 그간 삼성전자의 갤럭시 S 시리즈는 매년 2~3월에 출시됐었다. 1월 출시는 이례적이다.관련기사☞ 삼성전자가 '갤럭시S21' 앞당겨 내놓는 까닭
이는 4분기 예고된 스마트폰 판매량 부진을 1분기까지 끌고 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52.4% 증가한 4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4분기는 신작 출시 효과 부재로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갤럭시 S21은 이달 29일 글로벌 정식 출시된다. 국내에서는 15일부터 21일까지 사전 예약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