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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못 넘보게 한 애플…페북은 '부글'

  • 2021.06.10(목) 15:45

[WWDC21 톺아보기]②
사용자정보 보호, 앱 넘어 웹까지 방어벽
맞춤형 광고 두고 페이스북과 갈등 커질듯
줌 맞선 페이스타임 "안드로이드도 품는다"

앱 개인정보 보호 리포트에서 각 앱의 정보·데이터 활용을 사용자가 볼 수 있다. /사진=애플 제공

▷관련기사: 애플 생태계 속 '내 정보' 꼭꼭 숨는다(6월10일)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강화하는 이유는 사용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업 철칙에서 비롯됐다.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나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야 하고, 애플 기기를 활용하면 그 권한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애플이 지난해부터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광고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애플의 자체 운영체제(OS)를 넘어 웹사이트 등까지 보호 범위가 넓어지면서 페이스북처럼 사용자 정보에 의존해 광고를 진행해 온 플랫폼 공룡들의 반발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앱 추적보다 영향력 크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런 개인정보 보호 강화 조치가 디지털 광고업계 전반을 침체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지털 광고업계는 애플의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대해 애플이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으로 단속을 확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접근을 애플이 대신하도록 해 자사의 생태계 벽을 쌓아 올리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이는 iOS14에 추가한 '앱 추적 투명성' 기능보다 업계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은 사용자가 앱의 추적 금지 요청을 하면 개인정보와 데이터 추적 등을 할 수 없게 한 기능이다. 애플 기기 사용자가 앱을 열 때 '이 앱이 사용자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겠습니까?"라고 묻고, 사용자는 '앱에 추적 금지 요청'이나 '허용'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애플의 iOS 운영 체제 내의 앱에만 영향을 준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 기능이 적용된 이후 페이스북 등 사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내는 업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이번에 추가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은 앱뿐만 아니라 이메일을 통한 광고나 사용자가 방문하는 웹 사이트 전반에 적용된다. 당연히 영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데이터 주권 보호 vs 소상공인 사업 침해

특히 페이스북의 반발이 거세다. 페이스북은 매출의 대부분이 사용자 정보 기반 맞춤형 광고에서 나온다. 애플과 페이스북의 갈등 구도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 정보 활용을 둔 애플과 페이스북의 신경전은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주요 미국 일간지에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수백만 소기업들이 고객을 찾고 접근하기 위해 의존하는 맞춤형 광고를 위협한다"며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애플과 맞서겠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애플이 앱스토어에 대한 통제력으로 앱 개발자와 소기업들을 희생시켜 자사 수익만 높이려는 반경쟁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 강화 정책은 사용자의 정보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은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핵심적인 인권이라고 믿는다"며 "훌륭한 기능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저울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폰, 맥북, 애플워치, 에어팟 맥스 등 애플 제품들/사진=백유진 기자 byj@

'줌' 대신 '페이스타임'?

애플의 이번 업데이트로 위기감이 커진 것은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iOS15의 또 다른 핵심 변화인 '페이스타임' 때문이다. iOS15에서는 애플의 화상통화 서비스 페이스타임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윈도우 PC 사용자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에서 링크를 생성해 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공유하면 웹을 통해 접속하는 방식이다.

애플이 페이스타임 기능을 애플 기기 외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페이스타임은 애플 기기에서만 접속이 가능했다. 사용자들이 애플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지인들과 영상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화상 회의 시스템인 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 외부 앱을 사용해야 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비대면 화상통화가 늘어나자 이제서야 페이스타임을 개방한 것이다.

분산된 영상통화 수요를 모으겠다는 전략이 보이지만 다소 뒤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는 2010년 페이스타임 기능 공개 당시 "페이스타임은 개방형 산업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타임을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사용될 표준 화상통화 기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10여년 전 잡스의 기대와 멀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리퍼블릭 조사에 따르면 줌은 전세계 화상회의 앱 시장에서 지난 3월 말 기준 44개국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작년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8.7%로 2019년 22.3%에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미국 벤처캐피탈 컨설팅회사 피터 코한 어소시에이츠 대표인 피터 코한은 포브스 기고에 "스카이프에 이어 애플도 화상통화 부문의 선두주자가 될 기회를 날려버렸다"며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피터 코한은 "페이스타임의 변화는 사용자들에게 뛰어난 기능을 제공하기보다는 경쟁사 서비스의 기본 기능 제공에 가깝다"며 "줌은 이미 화상회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애플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페이스타임이 줌의 성장 속도를 늦출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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