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경희궁길에 위치한 진학빌딩. 빨간벽돌이 인상적인 5층 건물로 대입 입시정보 및 인터넷 원서접수 업체인 진학사의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진학빌딩에 진학사의 베일의 막후 실력자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신원근, 진학사·어플라이 대표 겸임
진학사는 잘 알려진 대로 2000년 5월 신원근(56) 대표가 창업한 ‘어플라이뱅크’를 전신으로 한다.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으로 삼성생명과 해진무역에서 직장생활을 한 뒤 인터넷 원서접수 업체 어플라이뱅크를 설립했다.
진학사는 이후 2001년 9월 입시정보 및 출판 업체 진학사(1964년 설립) 합병, 10월 진학닷컴 인수를 통해 입시․교육 인터넷 서비스 업체로 전환하며 ‘진학어플라이’로 사명을 교체했다. 2002년 5월에 가서는 다시 현 ‘㈜진학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진학사 본체는 대입 모의지원·합격예측 서비스 등의 입시정보, 학습교재 출판, 대학광고, 취업정보 사이트 ‘캐치’ 등의 사업분야를 갖고 있다. 인터넷 원서접수 사업은 100% 자회사인 진학어플라이가 하고 있다. 2011년 4월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법인으로 유웨이어플라이와 함께 대입 인터넷 원서접수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계열사다.
창업자인 신 대표는 진학사 대주주로서 지분 25.1%를 소유 중이다. 이외 주주들은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잔여 지분 74.9%는 32명이 가지고 있다. 신 대표는 진학사 뿐만 아니라 진학어플라이 대표를 겸임하며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조상범 가족회사 진학회관의 존재
한데, 신 대표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어 드러나지 않았을 따름이지 진학사에서 신 대표 못지않은 존재감을 갖는 이가 있다. 조상범(55)씨다. 2001년 9월 현 ㈜진학사에 합병되기 전의 옛 진학사 설립자 고(故) 조우제 대표의 1남1녀 중 장남이다.
옛 진학사는 대입 수험생을 위한 월간잡지 ‘진학’을 발행하던 입시정보 전문 출판사다. 1992년 1월 조 대표가 별세한 뒤에는 조상범씨가 기획실장 등으로 활동하며 사실상 진학사를 경영해왔다. 현 ㈜진학사의 3명의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으로 신 대표와 함께 초창기부터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이유다. 진학어플라이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 대표 이외 주주들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조 이사의 ㈜진학사 현재 지분 또한 알 길 없다. 다만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는 2008년 3월말로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세부 주주현황을 볼 수 있는 데, 조 이사는 당시 단일 3대주주로서 지분 11.7%를 보유했다.
또 한 가지. 당시 1대주주는 신 대표(20.8%)가 아니다. 사실상 조 이사 가족회사라고 볼 수 있는 ㈜진학회관으로 지분 38.3%를 소유했다. 진학회관은 1975년 7월 설립된 부동산 임대업체다. 현 대표가 조 이사의 모친 민경남(85)씨다. 이외 2명이 이사진도 조 이사와 누나 조현지(57)씨다.
‘마그나’에서도 엿보이는 경영행보
뿐만 아니다. 진학사 본사가 위치한 진학빌딩의 땅과 건물주가 바로 조상범 이사다. 대지는 894.3㎡(271평) 규모로 1992년 1월 부친 소유의 지분 2분의 1을 상속받은 데 이어 2011년 5월 모친으로부터 나머지 절반을 증여받아 조 이사 소유가 됐다. 진학사에서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자산가로서의 면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조 이사의 경영 반경은 진학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벤처캐피탈 마그나인베스트먼트(이하 ‘마그나’)에서 엿볼 수 있다. 2010년 5월 설립된 이래 2021년 현재 펀드운용규모 2995억원에 15개의 투자조합과 사모투자펀드(PEF)를 운용하고 있다.
진학사가 마그나 지분 인수에 나섰던 게 2014년 8월의 일로, 현재 동국제약과 공동 1대주주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지분은 각각 26.2%다. 진학사의 신 대표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반면 조 이사는 2015년 8월 이후 이사진에 합류한 데 이어 현재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