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현장에서]①천막 친 HMM노조 "파업, 우리도 싫다"(8월27일)에서 계속
지난 25일 HMM 본사 1층 로비에 설치된 천막에서 김진만 육상노조 지부장을 만난 뒤,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이 회사 관계자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당연히도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는 김 지부장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그간 직원들이 8년간 임금을 동결하며 회사 정상화에 노력해 온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수많은 변수를 감안하면 단계적으로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더 이상 서로의 거리를 좁힐 수 없는 데서 오는 답답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현재 노사 간 갈등이 일촉즉발이다.
- 해상노조가 사직서를 제출한 뒤, 파업을 결의하려 했는데 다행히 보류된 상황이다. 지난 24일 육·해상 노조위원장과 배재훈 HMM 사장이 만났지만 합의점을 찾는 덴 실패했다. 다음달 1일 다시 만나 대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현재까지 노조가 제시한 안에서 변화한 건 없다. 물론 사측도 마찬가지다. 노사간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그런 상황이다.
▲ 사측은 왜 노조의 제시안을 받아들이기 힘든가.
- HMM은 지금 경영정상화가 된 것이 아닌, 정상화로 가는 단계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 동안 적자가 이어져 온 뒤, 작년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반짝 실적을 올렸다. 회사 입장에선 작년 1년 반짝 돈을 벌었다고 그 돈을 한번에 풀어 보상해줄 순 없다.
물론 직원들도 길게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임금을 동결하며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건 안다. 하지만 사측도 단기간에 임금정상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측 입장에선 중·장기적인 입장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
현재 코로나19로 해운사들이 외부효과를 누리는 상황이다. 반대로 코로나가 끝나면 업황 자체가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단 얘기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 아니겠나.
▲ 경영정상화로 가는 단계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정상화가 완료되는 시점은 언제로 보는가.
-경영정상화가 되기 위해선 적어도 연간 순이익이 3~4년은 지속돼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HMM은 작년에 처음으로 흑자가 난 거다. 물론 올해도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런 상황이 더 지속돼야 한다.
시점은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라는 변수로 HMM이 일어서게 될 거라 아무도 생각 못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상화가 언제 될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다.
▲ 그럼 사측은 임금정상화를 어떻게 하겠단 얘긴가.
- 단계적으로 가자는 게 회사 입장이다. 아직도 HMM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여있다. 영구채도 2016~2020년까지 계속 발행해 규모만 3조원을 넘는다. 현재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꺼번에 갚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측 입장에선 큰 그림을 그려가며 지속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단계적이란 올해 흑자가 나면 내년에 임금을 인상하겠단 얘기다. 그리고 다시 내년에 흑자가 나면 그 다음해에도 임금을 올려가는 단계적 인상을 말한다.
▲ 만약 파업이 시작된다면 피해는 어느 정도 추산하고 있나.
- HMM이 파업을 해본 전례가 없으니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그 피해가 순차적으로 커질 거란 건 짐작할 수 있다. 해운법상 운항 중인 선박은 파업에 동참할 순 없다. 그렇다면 선박이 들어올 때마다 선원이 파업을 동참하게 될 텐데 배는 매주 5~6척씩 부산에 입항한다. 그럼 점차 파업에 동참하는 선원들은 늘어날 거고 부산항에 화물들과 선박들은 더 쌓일 거다.
이 파업이 단순히 HMM에만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다. 부산항에 도착한 다른 글로벌 선사들도 피해를 볼 거고 그 파급력도 상상 이상일거다. 과거 한진해운이 청산 절차를 밟을 때 일부에서 '물류 대란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론 그 파장이 전 세계적으로 크지 않았나. HMM 파업도 사실상 배가 멈추는 것인데 그 파장은 전 세계적인 피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앞으로 사측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 지금 노사 어느 곳도 파업을 원하는 곳은 없다. 이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합의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HMM 해상노조는 지난 25일 단체 사직서 제출을 유보하고, 다음 달 1일 재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육상노조도 오는 3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나선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건 노사 양쪽 모두 파업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업까지 간다면 파국을 피하지 못한다는 것도 자명하다. HMM 노사, 주주인 산업은행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더 귀울여야 할 때다. 파국을 막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