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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분기 HMM의 영업이익률이다. 운임으로 받은 매출 4조164억원 중 절반 이상인 2조2708억원을 이익으로 남겼다. 지난 2분기 국내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7.4%(한국은행 집계)와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는 놀라운 수익성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HMM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고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 특성상 세계 물동량에 따라 수익성의 기복이 심해지는 구조여서다.
현금이 쌓인다
지난 6~9월 HMM 매출은 4조16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3.7%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조2708억원으로 719.6% 급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이다. 시장의 예상도 훌쩍 뛰어넘었다. 실적 발표에 앞서 증권업계에선 이번 3분기 HMM의 영업이익을 2조원으로 전망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실적으로 봐도 역대 최대다. 올 1~9월 누적 영업이익률은 50%에 이른다. 올해 매출의 93.7%는 컨테이너 부문에서 나왔다. 이 기간 컨테이너 수송량은 전년동기대비 4% 느는 데 그쳤지만 운임률(컨테이너운임지수, 이하 SCFI)이 162.1% 급등한 덕분이다.
실제로 SCFI는 작년 3분기 1209, 4분기 1975, 올해 1분기 2780, 2분기 3259, 3분기 4312 등으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움츠러들었던 세계 경기가 풀리면서 물동량은 늘었지만, 이를 실어나를 선박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재무구조는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2019년 말 556.7%, 2020년 말 455.1% 등에 이르던 HMM 부채비율은 지난 9월 기준 99.8%까지 낮아졌다. 부채비율이 적정선(200%)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우량기업이 됐단 얘기다.
장사가 잘되면서 현금은 쌓이고 있다. 지난 9월 HMM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4194억원이다. 대신증권은 2022년 HMM의 영업이익을 7조1000억원으로 전망하면서 "내년 보유 현금만 약 13조원"이라고 추정했다.
'피크 아웃' 전망도
전 세계 물류 '병목현상'의 진원지인 미국 서부 항만 하역 상황은 아직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역 인력 부족으로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항만에 산처럼 쌓인 화물 상자가 전 세계 물류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화물 운송 물류 공급망을 24시간, 7일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조치를 지난달 발표했다.
양지환 대신증권은 "미국 서부 항만의 컨테이너 적체 현상은 바이든 대통령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심화됐다"며 "7일 평균 하역 대기 컨테이너가 103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해도 강성인 미국 항만 노조가 쉽게 작업량을 늘리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해운업계 호실적이 곧 '고점'을 찍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SCFI 상승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면서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최근 '피크 아웃'(고점 뒤 하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SCFI 상승의 핵심 원인인 미국 항만 적체 해소로 SCFI 지수는 오는 4분기를 기점으로 하락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주 미국 항구 내 컨테이너 수는 174만TEU로 최고치 대비 2.9% 감소했다"며 "구인난 해소가 예상되고 항구의 가동 시간 연장, 증설도 완료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