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바이오 사업 영역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CJ그룹은 과거 제약사업 부문인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통해 제약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철수하는 듯 했죠. 하지만 CJ그룹은 제약바이오산업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과거와 달리 CJ그룹이 눈독을 들이고 있던 분야는 '바이오 산업'이었습니다.
과거에는 CJ헬스케어를 중심으로 한 제약산업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CJ제일제당으로 중심으로 차세대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CJ그룹의 전략입니다. 이번 CJ제일제당의 차세대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 선언도 이런 구상의 일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업계에서는 CJ그룹의 이번 제약바이오 사업 진출이 "과거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984년 유풍제약과 2006년 한일약품을 인수하면서 제약사업을 키워왔습니다. 2014년에는 본격적으로 제약사업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제약사업부문을 CJ헬스케어로 물적분할했습니다. 하지만 4년 뒤인 2018년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듯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약바이오 전문 계열사를 통째로 정리했으니까요.
하지만 CJ그룹은 그동안 CJ제일제당을 통해 꾸준히 제약바이오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해왔습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바이오 산업이죠. 그러다 지난 2019년 마이크로바이옴 벤처기업인 '고바이오랩'에 투자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 합니다. 이어 올해에는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기업 천랩을 인수했죠.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내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을 말합니다.
CJ제일제당은 천랩을 CJ그룹 계열회사로 편입 후 내년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던 '레드바이오' 사업을 양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CJ제일제당은 레드바이오 기반 신약 연구개발 역량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천랩을 레드바이오 분야 전문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셈입니다.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23 중기비전'을 발표했습니다.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를 4대 성장엔진으로 꼽았죠. 이어 이들 분야에 3년간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이 회장이 언급한 '웰니스'는 의·약학 등 생명과학 분야인 '레드바이오'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 회장이 발표한 비전의 첫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CJ제일제당이 네덜란드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를 총 2677억4443만원에 인수한 겁니다.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러스 백신 및 벡터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사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표면적으로는 CJ제일제당이 CJ헬스케어를 매각한 후 다시 제약바이오 산업에 뛰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좀 다릅니다. 기존 CJ헬스케어는 '합성의약품' 중심의 전통 제약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CJ제일제당이 주목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전통 제약산업이 아닌 '차세대 바이오산업'입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통해 농업·식품·해양 분야의 '그린 바이오', 친환경 소재를 만드는 '화이트 바이오'에 이어 의료 및 제약 분야의 '레드바이오'까지 바이오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완성했습니다.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인수는 레드바이오 분야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었던 셈입니다. 즉 바이오 전 분야를 '삼각편대'를 꾸려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친 겁니다.
CJ그룹이 이처럼 바이오 산업에 적극 나서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언급했던 마이크로바이옴입니다. 그동안 마이크로바이옴은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등 건강기능식품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약, 화장품 업계 등에서도 주목하는 분야입니다.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착실히 해온 겁니다. 기존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도 가능하고요.
글로벌 시장 리서치 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오는 2023년 1086억8000만달러(약 1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팜젠사이언스, 지놈앤컴퍼니, 메디톡스 등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또 CDMO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힙니다. 현재 CDMO 시장은 오는 2026년 186억3000만달러(약 22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물론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전통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CDMO 사업에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CJ제일제당이 새롭게 시작한 바이오산업의 시작은 좋습니다. 지난 3분기 바이오와 식품 부문의 호조로 분기 매출 4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다만 성공 여부를 아직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현재 제약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마이크로바이옴과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에 쏠리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 다시 출사표를 던진 CJ제일제당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