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기에 나섰던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최종 종착지가 정해졌습니다. 이베이코리아는 신세계그룹, 인터파크는 야놀자에게 인수됐습니다. 사실상 올해의 마지막 대형 매물이었던 다나와는 조금 생소한 기업인 코리아센터를 새 주인으로 맞았습니다. 총 매각 대금은 약 3500억원입니다. 코리아센터는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입니다.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신주를 인수하며 투자자로 참여하고요.
다나와 인수전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KG그룹, 민앤지, PEF인 VIG파트너스 등이 인수 의지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G그룹은 결제 사업을 하고 있고, 민앤지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니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판단이었겠였죠. VIG파트너스는 과거 '에누리'에 투자하는 등 꾸준히 이커머스에 대한 관심을 보여 온 PEF입니다. 코리아센터는 이들 경쟁자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부르면서 다나와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코리아센터는 왜 이렇게 다나와 인수에 열심이었을까요. 코리아센터는 스스로를 '이커머스 전문기업'이라고 소개합니다. 하지만 일반 커머스 사업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소비자에게 알려져 있는 코리아센터의 서비스는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 오디오 방송 서비스 '팟빵' 정도에 불과합니다.
코리아센터의 본업은 '플랫폼의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메이크샵' 서비스입니다. 코리아센터는 메이크샵을 통해 이커머스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구성하는 것을 넘어 마케팅, 운영 등에 필요한 서비스가 모두 포함된 '패키지'를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지난해 코리아센터의 솔루션을 이용한 기업은 6만8000여 곳에 달합니다. 발생한 거래액은 9조6000억원 가량입니다. 11번가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코리아센터는 이런 사업 모델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업자가 고객이 됐으니까요. 사업 과정에서 '빅데이터 이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도 나타납니다. 빅데이터 이커머스는 이커머스 고객 구매 정보, 배송 정보 등을 데이터화해 판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수의 쇼핑몰을 보유한 코리아센터에게는 안성맞춤이죠. 코리아센터는 2018년 7월 에누리를 인수하며 빅데이터 이커머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에누리는 원래 가격비교가 핵심이었던 사이트입니다. 코리아센터와의 시너지 효과가 클 수밖에 없었죠. 실제로 코리아센터의 빅데이터 이커머스 매출은 2018년 134억원에서 지난해 287억원까지 커졌습니다. 에누리 인수 2년만에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사업이 됐죠. 미래도 밝습니다. 빅데이터 이커머스는 데이터가 곧 상품인 만큼 ‘원가’가 거의 없습니다. 매출만 일정 수준을 넘어선다면 수익성은 그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코리아센터는 이 지점에서 다나와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나와는 국내 1위 가격비교 사이트입니다. 엄청난 수의 판매자가 입점해 있죠. 가전 판매자에게는 다나와가 필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고객 충성도도 높습니다. 네이버가 가격비교 서비스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다나와의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데이터에 목마른 코리아센터에게 다나와는 당연히 매력적인 매물이었을 겁니다.
미래 가치는 더욱 큽니다. 코리아센터의 가장 큰 고민은 '커머스 사업 키우기'입니다. 단순히 서비스만 판매하는 것보다 더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어서입니다. 현재의 핵심 플랫폼은 몰테일입니다. 코리아센터는 미국·중국 등 6개국에 10곳의 물류센터를 확보했습니다. 고속 성장 중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파이를 늘리겠다는 구상입니다. 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는 데 필요한 무기는 아직 없습니다. 에누리를 커머스 플랫폼으로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다나와는 이런 코리아센터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다나와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품·제품 판매 부문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했습니다. 대부분 PC·부품 매출이지만, 일반 상품의 매출 비중도 30%에 육박합니다. 특히 PC 사업은 안정성도 뛰어납니다. 다나와는 정부조달 시장에 PC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데스크탑 PC는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대기업과의 경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코리아센터의 다나와 인수 목표는 '볼트온'으로 보입니다. 볼트온은 유사한 업체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전략입니다. 코리아센터는 다나와를 통해 빅데이터 이커머스에 활용될 데이터 풀을 넓힐 수 있습니다. 메이크샵 서비스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고요. 정부조달 PC 사업을 확보한 만큼 안정적 매출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최종 목표'인 커머스 사업 확장 부담에 따른 부담까지 크게 낮출 수 있죠. 이것이 코리아센터가 다나와를 '지른' 이유입니다.
코리아센터는 특이한 기업입니다. 직접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배후 세력'에 머물러 왔죠. 다나와 인수는 이런 코리아센터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입니다. MBK파트너스라는 거대 PEF에게 투자까지 받아냈으니 변화의 속도도 생각보다 빠르겠죠. 훗날 코리아센터는 어떤 기업으로 변하게 될까요. 조용한 강자에 머무를까요. 아니면 누구나 아는 기업으로 거듭날까요.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