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신약 개발의 핵심 트렌드는 '항암제'다. 수술 등 치료기법과 많은 항암제들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불구 암 발생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망률 1위는 '암'이다. 암은 재발, 변이가 잘 되는데다, 항암제 내성 등으로 치료가 쉽지 않다. 이에 항암제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항암제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신약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항암제 지원 비중은 매우 작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에 맞춰 정부의 신약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항암제 비중이 커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암 신규 발생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10만명당 160.1명이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9명(1.2%) 증가한 수치다. 2위인 심장질환의 사망률은 10만명당 63명이었다. 암 사망률이 심장질환 사망률 보다 2.5배 가량 높은 셈이다.
전 세계에서 질환군별로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의약품은 '종양(암)'이다. 이 때문에 종양 치료제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종양 치료분야 의약품 매출은 1454억 달러(한화 약 172조원)였다. 오는 2026년에는 3112억원(36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항암제의 경우 시장 전망이 밝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 관심사도 항암제에 집중돼있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인수합병(M&A)과 기술수출도 '항암제'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지난해 항체 기반 암 표적치료제 개발 기업인 이뮤노메딕스를 인수했다. 길리어드는 B형간염 치료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비리어드'를 개발했다. 길리어드는 그동안 간 질환 등 만성질환에서 강점을 보였다.여기에 이뮤노메딕스를 인수하면서 항암제 분야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파이프라인도 항암제에 집중돼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299개사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총 1477개였다. 이 중 적응증별로 암 치료제가 317개로 전체 21.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대사질환 173개(11.7%), 신경계통 146개(9.9%), 감염성질환 112개(7.6%), 소화계통 79개(5.3%) 등의 순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9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수출한 신약 물질 및 플랫폼 총 226건 중 항암제가 57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감염성질환 치료제 22건, 대사질환 13건, 안구질환 11건, 소화계통 9건 등이 이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항암제에 집중되면서 기술수출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 녹십자, 제넥신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7일 캐나다 제약사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급성골수성백혈병(혈액암) 신약 'HM43239'를 기술수출했다. 앞서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에는 2016년 기술수출한 표적 항암신약 '벨바라페닙'(HM95573)을 기술수출, 개발에 한창이다.
바이오기업인 제넥신도 지난 2월 자체 개발한 면역항암제 기술 'GX-I7'을 인도네시아 기업인 KG바이오에 수출했다. GC녹십자랩셀의 미국 자회사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도 지난 1월 미국 MSD(머크)에 항암제인 자연살상(NK) 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수출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이처럼 항암제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음에도 불구 정부 지원은 미미하다.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 4400억원 중 암 연구개발(R&D) 지원 예산은 568억원으로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항암제가 21.5%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 트렌드가 항암제에 집중되면서 기술수출 등의 기회가 더 많이 열려 있다"며 "항암제는 다른 치료제들보다 임상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만큼 정부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