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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미래차 실험실'에선…배터리 태워보고 부숴보고

  • 2021.11.21(일) 12:00

광주 빛그린산단에 세워지는 미래차 안전 '메카'
세계 첫 자율주행 전자파 실험...극한 환경서도
"한국 배터리 점검 12개 항목, 세계 기준 채택"

"국내에 전자기적합성(EMC) 챔버(방)는 여러 개 있다. 하지만 이 정도 크기에, 자율주행에도 대응하는 시설은 광주에 있는 게 최초다."

송병섭 광주그린카진흥원 선도기술지원센터 팀장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전자기기가 전자파에 얼마나 전기적 안전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장비인 EMC를 소개할 때였다. 광주에 설치된 EMC가 자율주행차에 특화된 세계 최초 설비여서다. 이 방 안 장비가격만 100억원이 넘는단다.

EMC가 설치된 챔버의 크기부터 압도적이다. 길이 20m가 넘는 굴절버스가 들어갈 정도다. 가장 큰 특징은 천장에 매달린 안테나. 송 팀장은 "보통 EMC는 안테나를 바닥 위에 세우는데, 카메라 등 센서가 전방에 달린 자율주행차는 이 안테나를 장애물로 인식하고 주행을 하지 않는다"며 "자율주행차를 위해 고안된 세계 최초 EMC 장비"라고 설명했다.

선도기술지원센터에 설치된 전자기적합성(EMC) 챔버/ 사진 = 안준형 기자

'영하 40도서 시속 200km' 실험도

지난 19일 광주그린카진흥원이 광주 빛그린산단에 구축한 선도기술지원센터를 한국자동차기자협회에 공개했다. 이 센터는 내년 12월까지 친환경 부품 인증 등을 위한 181개 장비를 구축할 계획으로 막바지 장비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총 1267억원이 투입된 친환경 차 부품 검증의 메카가 광주광역시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날 처음 소개된 장비는 극한의 날씨에서 차 부품을 점검하는 부품 환경 시험평가실이었다. 이 장비는 영하 40도(℃) '콜드존'과 영상 190도 '핫존'으로 구성되는데 차 부품은 이 두 공간을 오가며 극한의 환경에 노출된다. 냉·온탕을 오가며 품질을 점검하는 것이다.

선도기술지원센터 관계자는 "기계산업의 집합체였던 자동차가 친환경 자율주행차로 넘어가면서 전장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가정에서 쓰는 가전과 달리 자동차의 전자 부품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신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품뿐 아니라 자동차 전체를 극한의 환경에 몰아넣는 장비도 있다. 보통 완성차 회사가 신차를 개발할 때 저온 환경은 러시아, 고온 환경은 호주의 사막 같은 해외에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그 과정을 광주에서 미리 점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영하 40도에서 영상 60도까지 온도를 제어한 환경에서 시속 20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완성차의 신차 개발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 사진=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이날 자율주행 데이터를 쌓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도 직접 구동하며 소개됐다. 이 장비는 사람이 이중 시뮬레이션 장비를 통해 가상의 도로에서 연출된 여러 가지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데이터로 쌓는 장비다. 이 데이터는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회사에 제공된다.

예컨대 도로를 주행 중인 자율주행차의 옆 차선에서 달리던 차가 갑자기 끼어들 때 브레이크를 밟을지, 끼어든 차와 충돌할지, 다른 차와 충돌할지 등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설계자가 아무리 모든 상황에 대처 가능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더라도 자율주행하는 테슬라가 사고 나듯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생긴다"며 "그런 상황을 도출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그 데이터를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기업에 주행데이터 등으로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자동차 부품인증센터에 설치 중인 낙하시험실 / 사진 = 안준형 기자

"배터리 연구·기술, 세계 최고"

빛그린산단에 건설 중인 친환경자동차 부품인증센터도 찾았다. 이곳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390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등 검증 시설이다. 내년에 준공 예정으로 부지 내 도로도 아직 닦지 않은 상태로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배터리를 높이 4.9m에서 떨어트리는 낙하시험실, 영하 50도부터 영상 150도까지 온도를 변화시키는 열충격시험실, 염수나 바닷물에 1시간가량 배터리를 담그는 침수시험실, 배터리에 10톤의 힘을 가하는 압착시험실 등이 설치되고 있었다. 각 시험실에는 배터리 화재 상황을 대비해 두께가 한 뼘보다 더 두꺼운 대형 철문이 달렸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 나면 배터리의 에너지가 다 소진될 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며 "전기차의 화재에 대한 두려움이 큰 만큼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배터리 연구와 기술은 한국이 최고"라며 "현재 친환경자동차 부품인증센터가 준비 중인 12개 검사 항목도 한국이 개발한 방식으로 국제기준으로 채택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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