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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강조한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 이끈다

  • 2021.12.07(화) 17:09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안정보다 변화 선택
반도체 전문 경계현-TV '한우물' 한종희 투톱
CE·IM 통합 SET 출범…스마트폰 정체 돌파구

"대만의 TSMC가 시작하고 삼성이 쫓아가고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가 있었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여러 가지 재편이 가능했다. 앞으로 파운드리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지난 9월 열린 '글로벌 테크 코리아 2021'에서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한 말이다. 아마존 클라우드(AWS)가 자체 칩을 만들고, 애플이 독자 설계한 반도체 칩(M1)을 아이패드에 탑재하는 등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의 중심에 파운드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경 사장은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줄곧 메모리 DRAM 설계 등을 맡아오다 지난해 삼성전기 대표이사에 발탁됐다. 반도체 전문가가 삼성전자 울타리 밖에서 바라본 시장의 중심은 파운드리 산업이었던 셈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반도체 설계 전문가' 경계현, 다시 돌아왔다

'파운드리 산업의 성장'을 강조한 경계현 사장이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왔다. 7일 단행된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그는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을 맡았다.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을 전공한 그는 2009년 메모리 DRAM설계팀 상무, 메모리 Flash 설계팀장(전무), 메모리 Flash개발실장(부사장) 등으로 승진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그는 2013년 세계 최초 3차원 'V NAND Flash' 개발로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수상했다.

2020년 삼성전기 대표이사에 발탁된 그는 경영 능력도 인정받았다. 작년 삼성전기 영업이익은 8291억원으로 그가 취임하기 전인 2019년보다 12.9% 늘었고, 올해 1~9월 영업이익(1조1286억원)은 작년 한 해 성적을 뛰어넘었다. 기술 리더십에 더해 비즈니스 역량까지 검증받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파운드리 시장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 위해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목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파운드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요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만 파운드리 대표 기업 TSMC의 시가총액은 6179억달러(약 730조원)로 삼성전자(457조원)보다 60% 가량 더 많다. 경영 실적과 미래 전망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주가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체 TSMC에 밀리는 것이다.

지난달 북미 출장을 다녀온 이 부회장은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와 마음이 무겁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위기감은 이번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김기남 DS부문 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 기존 경영진을 대폭 교체했다. 조직의 안정보다 변화를 택한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경 사장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라 평하며 "반도체 사업의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며 부품 사업 전반의 혁신을 도모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TV 장인' 한종희, 어깨 더 무거워졌다

경계현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 '투톱'을 맡게 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력에서 TV를 뗄 수가 없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33년간 줄곧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사업부에서 일했다. 

그가 VD사업부에서 한 우물을 파는 동안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 1위 자리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6년 '보르도 TV'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른 뒤 작년까지 15년째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30.8%에 이른다.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한 대표가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동시에 SET사업부의 수장을 맡으면서다. SET사업부는 CE와 IM이 통합된 거대 사업부다.

삼성전자는 2011년 세트부문을 CE와 IM으로 분리한 지 10년 만에 두 사업부를 재결합했다. 지난 10년간 급성장했던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되면서, 모바일과 가전의 시너지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한 대표에 대해 "SET사업 전체를 리딩하는 수장을 맡아 사업부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SET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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