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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업기획단'에 방점 찍힌 삼성전자 인사 살펴보니

  • 2023.11.27(월) 15:59

한종희·경계현 체제는 유지…전영현 부회장 복귀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자가 10년 뒤를 이끌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부회장급 조직의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다. 이전까지 없던 분야의 사업에 도전해 '뉴삼성'으로의 변화에 속도를 내자는 것이다. 실적 부진에 따른 '신상필벌' 인사는 없었다. 신사업을 위한 변화는 꾀하면서도 조직은 안정적으로 꾸려가는 모습이다. 

2인 대표이사 체제 유지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인사는 7명의 사장 승진이 있었던 작년에 비하면 축소됐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어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 중심의 2인 대표이사 체제도 유지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반도체 부진으로 인해 경계현 사장 교체설이 꾸준히 나왔지만, 사업 유지를 위해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 사장은 DS부문장을 유지하면서 SAIT(옛 종합기술원) 원장 자리도 맡게 됐다.

삼성전자 측은 "2인 대표이사 체제 유지로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 등 지속 성장 가능한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와 동시에 DX(디바이스경험)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업부장인 용석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한종희 부회장의 업무 부담을 덜었다. 그동안 한 부회장은 DX 부문장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용석우 신임 사장은 TV 개발 전문가로 작년 12월부터 부사업부장을 역임하며 기술·영업·전략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성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원경 DX부문 경영지원실 글로벌퍼블릭어페어팀장(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원경 신임 사장은 외교통상부 출신의 글로벌 대외협력 전문가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 입사 후 글로벌마케팅실 마케팅전략팀장,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 등을 거쳤다.

신사업 추진할 '미래사업기획단' 신설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점은 부회장급 조직으로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이다.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 있지 않은 신사업을 발굴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미래사업기획단장은 전영현 부회장이 맡는다. 전 부회장은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를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2017년 권오현 전 회장의 후임자로 김기남 부회장이 선택되면서 삼성SDI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SDI에서는 대표이사 역임 후 이사회 의장으로서 리더십을 지속 발휘해왔다.

전 부회장은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삼성의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미래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전자 및 전자 관계사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검토할 예정이다. 

(왼쪽부터)전영현 삼성전자 신임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 용석우 신임 삼성전자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퍼블릭어페어실장 사장./사진=삼성전자 제공

특히 이번 인사는 14년 전 인사와 비슷한 점이 많다. 지난 2009년은 전무였던 이재용 회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한 해다.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를 갖추기 위해 신사업 확장에도 힘을 실었다. 2009년 말 삼성전자는 그룹 전체의 미래 사업을 책임져 온 신사업추진팀을 신사업추진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동시에 삼성SDI에서 9년 동안 재직한 '장수 CEO' 김순택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조직을 책임지게 한 바 있다. 

당시 김순택 부회장의 승진은 뜻밖의 인사로 꼽혔다. 김 부회장이 과거 전략기획실 출신인데다, 삼성SDI를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에서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 회사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신사업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때 신사업추진팀은 연 매출 130조원에 향후 10년간 400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하에 태양광·LED·자동차용 전지·바이오·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오 외 가시적인 사업 발굴에 어려움을 겪자, 신사업추진단으로의 재편을 통해 환기를 꾀한 것이다. 

이번 인사 역시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신사업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사업기획단은 과거 전략기획실, 신사업추진단과 같이 미래 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 측은 이번에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은 '미래전략실'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미래전략실은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조직이다. 삼성전자 측은 "미래사업기획단의 역할은 장기(10년 이상)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라며 "과거 미전실의 역할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 예정이며 규모는 미정이다. 추후 공개될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확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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