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신약 개발 사업을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바로 SK플라즈마를 통해서입니다. SK그룹의 신약개발 구조는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두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SK는 SK바이오팜, 최창원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을 통해 신약 개발을 이어왔는데요.
2020년 SK케미칼로부터 분사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으로 주목받으면서 신약 개발 사업이 가려져 있지만 코로나 백신을 포함해 다양한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즉, 크게 SK그룹의 신약개발 사업은 SK바이오팜,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3곳에서 각각 다른 종류의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SK디스커버리 자회사인 SK플라즈마는 2015년 3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신규 설립된 혈액제제 관련 전문 기업입니다. 기존에 SK플라즈마는 SK그룹에서 혈액제제 관련 의약품의 국내외 시장 판매를 맡고 있었습니다. 대표 제품으로는 △에스케이알부민주(사람혈청알부민) △리브감마에스엔주(고순도IgG함유 사람면역글로불린) △테타불린에스앤주(항파상풍사람면역글로불린) △정주용 헤파불린에스앤주(B형간염사람면역글로불린) 등이 있는데요.
그동안 마케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왔던 SK플라즈마가 기존 혈액제제 영역에서 탈피해 희귀난치성 분야 신약 개발로 영역 확대에 나선 겁니다.
앞서 SK플라즈마는 지난해 7월 신규 바이오 시장 진출을 위해 1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분야로 나설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티움바이오와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요. 이 자금을 바탕으로 희귀난치성 질환 분야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오직 개발에 집중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조직을 가동해 왔습니다.
신약 개발에 있어 연구부문은 기초연구, 신약 후보물질 탐색(도출) 단계를 말합니다. NRDO는 후보물질 연구를 진행하지 않고 다른 기업들의 후보물질을 도입해 임상단계부터 진행하는 '개발' 전문기업입니다.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다른 바이오기업에서 연구 중인 후보물질을 도입(라이선스인)해 신약 개발을 진행하거나 개발 도중에 다시 글로벌 기업으로 기술수출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기술이전 및 도입을 활발하게 진행한 제약바이오 기업 '유한양행'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해 전임상과 임상을 진행, 폐암치료제 '렉라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국산 신약 31호로 국내 허가를 받았죠. 앞서 2009년에는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퇴행성 디스크치료제 'YH14618'을 도입해 임상 2단계까지 개발을 진행한 후 2018년 미국의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수출했습니다.
SK플라즈마는 최근 첫 NRDO 프로젝트로 큐로셀이 진행하고 있는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치료제를 선정했습니다. CAR-T세포치료제는 환자 면역세포를 분리해 유전자를 조작한 뒤 대량 배양 과정을 거친 후 환자에게 다시 투여하는 첨단 항암세포치료제입니다.
항암면역치료제는 환자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쉽게 말해 CAR-T 치료제는 환자 몸에 있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만 찾아 공격하는 '꿈의 항암제'로 불립니다. 미국 노바티스가 개발한 세계 최초 CAR-T 치료제 '킴리아'가 지난해 국내에서도 CAR-T 치료제 1호로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죠.
특히 희귀난치성 질환 분야는 신약개발의 블루오션으로 꼽힙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희귀난치성 질환은 5000~8000여종에 달하지만 대부분 개발된 치료제가 없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꼽힙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은 2019년 890억3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12.7% 성장해 오는 2025년 1834억5000만 달러(약 21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희귀난치성 질환 신약은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이 보장된 분야입니다. 일단 SK플라즈마는 큐로셀이 개발하고 있는 CAR-T 치료제를 통해 희귀난치성 질환 사업 신호탄을 쏘아 올렸는데요. SK플라즈마는 NRDO 중심의 R&D 전략을 통한 신약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희귀난치성 질환 분야 전문 제약사로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기존 혈액제제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해 희귀난치성 분야의 '나비'로 날아오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