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내 디스플레이 수출액의 증가율(0.1%)을 두고 세 가지 다른 시각이 나와 눈길이다.
이 수치를 발표한 정부는 장기적인 증가 추세에 의미를 두는 반면 증권가는 사실상 성장이 멈췄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중국이 봉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산업부 "장기간 수출 증가세"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5대 주요 품목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의 지난달 수출은 15억2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소폭(0.1%) 증가했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반도체·석유화학 등 15대 주요 품목 모두 수출 플러스를 달성했다"며 "디스플레이(14개월) 등은 장기간 수출 증가세"라고 분석했다.
산업부는 이어 "LCD(액정표시장치) 가격 하락과 생산 축소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모바일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IT제품 생산확대, 폴더블·저전력(LTPO) OLED 등 고부가 제품 출하 확대로 14개월 연속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LCD는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로 판매 가격이 떨어지는 동시에 한국 업체의 경쟁력도 밀리고 있는 시장이다. 대신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밀고 있는 OLED의 지난달 수출은 10억8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8% 증가했다.
증권가 "성장 멈췄다"
증권가 분석은 달랐다. 최근 하나투자증권은 '5월 디스플레이 수출 부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2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성장이 멈췄다"고 분석했다. 0.1%의 성장률을 제자리걸음으로 해석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디스플레이 수출의 월간 성장률을 보면 1월 10%, 2월 39.2%, 3월 48.4%, 4월 21.8% 등으로 이어졌다. 전년동기대비 두자리대로 증가하던 수출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전월대비로보면 지난 5월 디스플레이 수출은 12%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가 기술 주도권을 가진 OLED 수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OLED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3.8% 증가했지만 전월대비로는 15.3% 줄었다. 특히 전년동기대비 3.3% 성장했던 2020년 9월 이후 성장세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OLED 월간 수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1월 15.7%, 2월 58.1%, 3월 71.7%, 4월 41.1%에 이르렀다.
증권가에선 하락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LCD 가격도 우려하고 있다. 18일 시장조사업체 위츠뷰(witsview)에 따르면 이달초 LCD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지난 5월 상반월(1-15일) 대비 감소폭은 32인치 9.1%, 43인치 4.2%, 55인치 2.7%, 65인치 3.8%, 75인치 2.3% 등이다. 화면이 작아질수록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모니터와 노트북 등 IT 패널 가격도 1~3%대로 떨어졌다.
업계 "빠르게 정상화"
업계에선 최근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처한 상황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여파로 급격히 늘어난 TV나 노트북 등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쪼그라들면서 연초 공격적으로 세웠던 목표는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라 중국이 봉쇄되면서 생산마저 차질이 생겼다. 악재에 비하면 수출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4~5월 코로나 재유행으로 중국이 봉쇄된 점을 감안하면 걱정했던 것보다 수출 실적이 나쁘지 않다"며 "지난달까진 상황이 꽤 심각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지난 1일 상하이의 봉쇄를 해제하면서 상황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LCD 가격 하락 추세에 대해선 "작년 하반기부터 LCD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LCD 시장의 7~8%를 점유한 삼성디스플레이가 LCD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나머지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