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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人터뷰]시 쓰고 그림 그리는 카카오 AI 조물주 만나다

  • 2022.09.05(월) 09:00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CTO 인터뷰
카카오 추천시스템 만든 AI 전문가
"헬스케어 등 새 접목 분야 찾을 것"

IT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이가 늘면서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는 이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IT기업은 여전히 '개발자 모시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테크人터뷰'에선 IT 기업의 기술 리더를 만나 기술 비전과 기업 문화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겠습니다.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CTO.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기자가 대뜸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자 인공지능(AI) '칼로'가 뚝딱 그림을 그려냈다. 부탁한 그림은 '팝아트 스타일로 그린 은하수를 헤엄치는 고양이'. 선뜻 머릿속에 그리기도 어려운 주문이 그림으로 완성되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칼로는 카카오의 AI 기술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이다.

카카오브레인은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짓는 AI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CTO(최고기술책임자)에게 많은 분야에 걸쳐 서비스를 만드는 이유를 묻자 "기술은 어딘가에 쓰일 때 비로소 완결되고 빛이 난다"며 "AI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어떤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 찾아가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순히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김 CTO는 카카오에서 이용자에 맞춰 콘텐츠 등을 소개하는 '추천 엔진'을 개발해오며 데이터와 컴퓨팅 역량을 쌓아온 알고리즘 전문가다. 지난해 카카오브레인에 합류한 그는 데이터 수집부터 최종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제작까지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 역량을 앞세워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효율성' 넘어 '효용성' 갖는 AI

지난달 18일 성남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만난 김 CTO는 시집을 건넸다. 카카오브레인의 인공지능 모델 '시아'가 쓴 시집 '시를 쓰는 이유'다. 인공지능이 시 한 편을 짓는 데 걸린 시간은 1초. 서정적인 선물 이면에 어느덧 평범한 사람을 뛰어넘는 기술력이 담겨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국내 정상급 인공지능 개발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어로 내린 명령에 맞춰 기존에 없던 글을 쓰고 그림 그리는 '생성 인공지능'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공개한 그림 그리는 AI '민달리'에 이어, 전반적으로 성능을 대폭 높여 올해 공개한 인공지능 칼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카카오브레인은 그간 쌓아온 AI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김 CTO 역시 카카오브레인에 대해 "자동차를 예로 들면, 이제 배터리보다는 전기차를 만들려는 회사"라며 "원천기술 보유에 그치지 않고 사회 변화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는 이유를 묻자 "기술은 쓰일 때 완결되고 빛이 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더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효율성'을 넘어선 '효용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인공지능을 만들고 효율성을 높여왔지만, 이것만으로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바꿔나가는 데에 너무 긴 시간이 걸린다"며 "기술이 실제로 활용되는 효용성을 갖기 위해 제품조직을 구성하고, 앞으로 상용 서비스도 잘 개발하는 회사로 거듭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와 컴퓨팅 역량 갖춘 '하이브리드' 전문가

김 CTO는 카카오에서 추천 시스템을 개발하던 중 지난해 카카오브레인에 합류했다. "추천 시스템은 인공지능의 범주에 들어갈 뿐만 아니라 많이 회자되는 기술 중 하나"라며 "개인적으로 인공지능 비서의 정보 요약과 전달 기능을 추천 시스템으로 풀어내 보고 싶었는데, 이런 관심이 카카오브레인 합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데이터를 수집한 전문가로서 받는 기대도 높다. 그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초거대 AI가 떠오르면서, 수집 단계에서부터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분포시킬지 넓은 시야에서 파악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며 "추천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여러 분야를 경험했다 보니 한 분야만 해온 분들 보다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의 기술 강점으로도 데이터 수집을 꼽았다. 그는 "많은 AI 연구가 기존에 공개된 데이터에 기반해 진행된다"며 "카카오브레인은 이에 더해 자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량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십억개에서 수백억개에 달하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가공해 AI 모델을 만들다 보면 기존에 공개된 데이터만으론 부족할 때가 많다"며 "하지만 카카오브레인은 공개된 데이터에 그치지 않고,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수준의 모델을 만드는 '엔드 투 엔드'의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는 CTO로서 전사 차원의 기술적 의사 결정에 더해, 연구를 넘어선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을 구축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원천기술을 만들 연구자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제작할 개발자들을 함께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는 "최고기술책임자라고 회사의 모든 기술을 풀어내는 건 아니다"라며 "그러다보면 오히려 회사가 제 역량 안에 갇히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시니어급을 중심으로 적극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카카오브레인의 AI모델 칼로에게 '은하수에서 헤엄치는 고양이'를 팝아트 스타일로 그려달라고 했다. /사진=카카오브레인 제공

AI "무엇이든 만들어 드립니다"

실제로 카카오브레인의 기술력은 어디까지 왔을까. 대중적으로 와닿을 사례를 말해달라고 하자 김 CTO는 인공지능 아티스트 '칼로'를 꼽았다. 그림을 그려주던 기존 AI 모델 민달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체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시켜 전반적인 성능을 끌어올린 모델이다. 

김 CTO는 "민달리와 달리 자체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해 더 많은 화풍을 소화할 수 있고, 생성과 속도 등 여러 측면에서 활용도가 개선됐다"며 "'우주에서 수영하고 있는 터프한 강아지' 같은 구체적인 문장을 이해하고 그림으로 그려주는 '텍스트 투 이미지 멀티모달 AI'로서 세계에서도 수준급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브레인은 삼성전자와 협업해 칼로로 노트북 '갤럭시북' 상판에 소비자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장소, 행위, 사물 등을 입력하면 채 1분이 걸리지 않는 짧은 시간에 그림을 만들어준다.

초거대 AI를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경량화 기술도 소개했다. 카카오브레인은 국내에서 일찍부터 경량화 기술을 개발해온 선두주자로 꼽힌다. 김 CTO는 "초거대 AI 연구가 상용화 단계까지 온 건 경량화와 컴퓨터 성능의 고도화 때문"이라며 "카카오브레인 역시 인공지능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해 경량화를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AI를 접목하고 싶은 기업이나 개인 이용자가 원하는 여러 조건에 맞춰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머신러닝 인퍼런스 플랫폼'을 개발했다"며 "경량화뿐만 아니라, 웹이나 앱을 비롯한 인터페이스까지 설정할 수 있는 등 여러 환경에 AI를 접목하는 총체적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가장 잘 할 수 있고,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일"

카카오브레인은 최근 동영상에서 이용자의 얼굴을 아바타로 바꾸는 '페이스 스와핑' 기술을 공개했다. 단순히 얼굴을 바꾸는 것을 넘어, 원래 얼굴과 희망하는 얼굴의 특징을 섞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준다. 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난치병 등 진단이 어려운 질병을 판독하고 진단할 수 있는 AI 모델 연구에 나섰다.

최근 관심 분야가 너무 넓어지는 게 아니냐고 묻자 김 CTO는 "좋은 지적이다. 우린 문제를 찾아가는 중"이라며 "전략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방향을 정하기 위해 카카오브레인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일이 뭔지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헬스케어 등 분야에서 결실을 조금씩 보고 있다"며 "영역을 넓혀 방향을 잡고 나면 탐색은 사그라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로는 헬스케어를 꼽았다.

그는 "핵심사업 중 하나는 헬스케어가 맞다"며 "아무리 뛰어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기술도 막상 고객에게 다가가고 나면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헬스케어는 처음으로 발견한 유망 사업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CTO는 여러 분야를 탐색해 헬스케어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헬스케어의 뒤를 이을 두번째와 세번째 결실도 찾고 있다"며 "교육이나 신약 개발 등 그 외 분야도 포괄적으로 보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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