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태우고 타이완으로 향하던 미 전용기를 중국 군용기가 추적해 감시하려 했으나 미국의 전자전 간섭으로 실패했던 일이 있다. 이처럼 적의 통신망을 무력화해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이 전자전 장비다. 현대전에서 전자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전자전 장비는 육지에서 차량으로 싣고 이동하는 지상용과 바다에서 전투함에 장착해 사용하는 함정용, 전투기에 탑재하는 항공용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함정용 장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선 방위사업청 산하 공공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LIG넥스원 등 방위산업 기업이 지난 40여년간 함정용 전자장비 개발에 참여해 기술 및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렇게 개발한 '전자방패'로 자주국방을 넘어 해외 수출을 노리고 있다.
1980년대까지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등을 재밍(전파방해)해 회피할 수 있는 전자전 장비를 자체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미국 등으로부터 구입해야 했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전자전 장비는 선진국에서도 기술 이전을 극도로 꺼리는 비닉성 무기 체계다. 우리 해군은 함정에 수입 전자전 장비를 장착해 운영해야 했고 해외 기술력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국산 전자전 장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980년대 후반 순수 국내 기술로 장비 개발이 시작됐다. 이렇게 개발한 것이 'SLQ-200K', 별칭으로 소나타(SONATA)라고 불리는 장비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을 주관하고 LIG넥스원(옛 금성정밀)이 참여해 무려 20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이 장비는 해상에서 공격해오는 적의 미사일이나 레이다의 전파를 탐지하고 신호 특성 및 위협도를 분석하는 정보탐지 기능을 갖췄다. 유사시 공격해오는 미사일에 대해 고출력 방해 전파로 함정을 보호하는 전자공격이 가능하다.
최초 국산 전자전 장비를 개발한 지 20년이 지난 현재 해군은 차세대 전자전 장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5월 '함정용 전자전 장비-II(SONATA-II)' 개발 착수를 결정했는데 기존 장비를 운영해 온 LIG넥스원이 뛰어들었다.
LIG넥스원은 지난 40여년간 함정용전자전 장비 개발을 하며 기술 및 노하우를 축적해왔으며 신호 탐지 및 분석, 재밍, 등과 관련해 최신 기술 역량을 확보한 곳이다. 특히 좁은 공간에 다수의 첨단 무기체계가 운용되는 함정에서 장비간 전자파 상호간섭을 배제하며 최적의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노하우를 갖췄다.
무엇보다 LIG넥스원은 현재 해군의 대부분 함정에 탑재된 장비와 상호 연동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IG넥스원측은 "함정의 유형별로 최적화된 전자전 체계를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고 설명했다.
LIG넥스원은 방산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레이더·미사일의 방향을 탐지하는 '2차원 멀티 베이스라인 방향탐지장치'란 제작 과제 시작품을 수주해 제작을 완료했다. 지난 8월 시험에 착수한 이 장비는 차세대 소나타와 함께 한국형구축함(KDDX)에 적용될 예정이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차세대 소나타는 레이다와 미사일의 신호를 탐지·분석하고, 고출력 방해 전자파 등을 송신하여 적의 위협을 교란 또는 기만하며 함정의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최첨단 장비다.
기존 소나타I과 비교할 때 새로운 유형의 전자파 위협에 대한 탐지 및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초정밀 디지털 방향탐지와 지능형 재밍 등이 가능해 세계적 수준의 전자전체계 개발능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차세대 소나타 개발이 완료되면 군 전력의 첨단화·정예화는 물론 전자전 분야의 국방 연구개발(R&D) 역량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해외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첨단 무기체계로 향후 수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전·항공전자 분야의 기술파급 효과로 방산업계를 비롯한 'K-방산'의 경쟁력 향상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