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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 이을 '차세대 배터리' 어디까지 왔나

  • 2022.10.24(월) 16:30

안전성 높인 전고체 배터리, 2027년 양산
ESS 시장에선 바나듐 이온 배터리 '주목'

최근 데이터센터 화재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관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터리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배터리 업계는 안전성이 높은 전고체(全固體)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지만 양산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시장에선 롯데케미칼이 불에 강한 '바나듐 이온 배터리'에 투자하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까지 최소 5년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가 한번 발생하면 쉽게 끌 수 없는 구조다. 배터리 내부 분리막이 손상됐을 때 액체 상태의 전해질과 음극·양극이 섞이면서 열폭주가 일어난다. 열폭주가 발생하면 내부에서 산소가 발생해 불이 잘 꺼지지 않는다. 화재 이후엔 배터리가 전소해버려 원인 분석을 통한 배터리 개선도 쉽지 않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화재 원인은 배터리에 과부하가 걸렸거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오작동, 설계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화재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변에서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은 배터리가 발화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튬이온의 대안으로 개발하고 있는 배터리가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름 그대로 액체 상태 전해질을 고체로 만들어 안정성을 높였다. 모든 소재가 고체인 만큼 액체로 이뤄진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이 적다.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까지 해 배터리 밀도도 높아 '꿈의 배터리'로도 불린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액이 고체로 이뤄져 안정성이 높다./사진=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 성분에 따라 산화물계·고분자계·황화물계로 나뉘는데, 산화물계는 효율이 낮아 배터리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고분자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개발이 쉽지만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이 다소 낮다. 황화물계는 전도성과 안전성이 높아 가장 가치가 높지만, 기술 개발이 어렵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800억원을 투자해 업계에서 유일하게 고분자계와 황화물계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비즈니스위크 2022'에서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고분자계는 2026년, 황화물계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SK온과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SK온은 외부 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미국 솔리드파워(Solid Power)에 3000만달러(약 413억원)를 투자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SK온은 오는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삼았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250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삼성SDI가 밝힌 목표 양산 시점은 배터리 업체들 중 가장 이른 시점인 2027년이다. 지난 3월부터는 업계 최초로 경기도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생산 파일럿 라인을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가 이론적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적용하고 양산에 적용하긴 어려운 기술"이라며 "아직 넘어야 할 허들이 많아 상용화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SS 다크호스, '바나듐 이온 배터리'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배터리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Vanadium Ion Battery, VIB)'다. VIB는 전기를 전달하는 주성분인 전해질을 '바나듐'이라는 광물로 만든 배터리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고 부피가 커 주로 ESS분야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부피가 큰 대신 불에 강한 특성이 있다./사진=스탠다드에너지 제공

VIB의 최대 강점은 화재·폭발 위험이 적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전해액과 배터리 소재에 물을 사용해서다. 물은 열용량이 높아 충·방전 시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내구성이 좋아 8000번 이상 충·방전해도 배터리 용량이 초기 대비 99%까지 유지된다는 장점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기 저장은 물론 초고속 전기차 충전 전력 보조, 전기 추진선, 전력 운반선 ESS 솔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널리 쓰일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와 더불어 미래 사업으로 VIB를 점 찍었다. 회사 내 기초소재사업부에서 VIB용 전해액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파일럿 생산 라인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한 내용을 바탕으로 VIB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월 VIB을 개발한 스탠다드에너지에 650억원을 투자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스탠다드에너지에 VIB 소재와 전해액을 공급하며 사업을 확장해간다는 구상이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에 VIB ESS를 활용한 전기차(EV) 급속 충전 서비스 '차저5'를 공개하며 실증 사업에 나섰다. 충전 출력은 최대 200㎾로, 기존 급속 충전시설(50㎾급)보다 4배 높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VIB사업은 롯데케미칼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와 더불어 미래 배터리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투 트랙 전략'이다"라며 "스탠다드에너지사 지분 투자로 시작해 현재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해액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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