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업계 최초로 파우치형 배터리에 모듈을 없앤 기술을 도입해 전기차 주행거리 개선에 나선다. 배터리 업계의 주요 이슈인 안전성 확보를 위해 불이 번지는 시간을 늦추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는 기술력 향상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1위인 중국 CATL과의 점유율 차이를 좁혀보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CTP 기술 도입, 2025년 양산 목표
최승돈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개발센터장 전무는 2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SNE리서치 주관으로 열린 'KABC 2022'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중점 개발 분야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4가지 중점 개발 분야를 주행거리·급속충전·비용·안전으로 꼽았다.
먼저 주행거리 개선을 위해 업계 최초로 하이니켈 파우치형 배터리에 CTP(Cell To Pack) 공정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르면 오는 2025년 양산 목표다.
CTP 기술은 셀(Cell)-모듈(Module)-팩(Pack)으로 이뤄진 배터리에서 모듈을 제거하고 셀과 팩을 바로 잇는 기술이다. 모듈이 차지했던 공간만큼 더 많은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어 차량의 탑재 공간을 늘릴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CTP 기술을 적용하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공정 단계가 축소되고, 사용 부품도 절감돼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CTP 기술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필수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주행거리가 짧고 무게가 무겁다는 LFP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실제 CATL은 지난 3월 중국 전기차 포럼에서 내년 CTP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FP 배터리보다 가볍고 에너지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에 CTP 기술을 적용하면 시장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LG에너지솔루션 측 설명이다.
최 전무는 "파우치형 배터리는 원래 다른 제품 형태에 비해 무게 측면에서 이점이 있었다"며 "CPT 기술이 도입되면 가격 측면에서도 최적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쟁사 CTP가 적용된 LFP 배터리 팩 원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10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같은 용량 팩의 NCM811 파우치(CTP 적용 전 모델)에 비해 무게는 15% 이상 무거워진 수준이다. 만약 NCM 배터리에 CTP가 적용된다면 LFP 배터리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팩의 무게 차이는 이전보다 더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CTP 기술 적용이 현실화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LFP의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LFP 못지않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NCM 배터리들이 개발되고 있는 데다 CTP까지 적용하게 된다면 현재 시장 상황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우치 배터리에 TP 기술 첫 도입
또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안전을 위해 파우치형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는 열 확산(TP, Thermal Propagation) 관리 기술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배터리 셀에서 불이 났을 때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 전무는 "현재 79분 정도 지연 시간을 달성해 국제 표준에서 요구하는 시간 이상을 달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각형 배터리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면 반박했다. 최 전무는 "세간에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각형보다 더 화재에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배터리 구조상 차이가 있지만 원통형과 각형도 시스템 도움이 없이는 TP 확보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충전 시간 단축을 위한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아직은 배터리 충전에는 15~30분이 소요되는데, 이를 10분 내외로 앞당기는 것이 목표다. 그는 "SOC(충전 잔량) 30에서 시작해 80~90까지 구간을 10분 안에 충전해 200~300km를 달릴 수 있는 전류를 확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