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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동국제강 인적분할 궁금증 3가지

  • 2022.12.13(화) 15:56

동국제강 68년만에 지주사 체제로
오너일가 지배력 더 강해질 듯

최근 동국제강이 지주사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지주 전환 체제로 개편되는 것은 회사 출범 이후 68년 만입니다. 동국제강 측은 이번 지배구조개편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및 주주 가치 제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중입니다. 내년 6월까지 지주사 출범을 마무리 짓겠단 목표입니다.

다만 회사 측 기대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지주사 설립 발표 이후 동국제강의 주가(12월12일 기준)는 전일 대비 9.6% 급락했습니다. 13일 역시 주가는 소폭 하락했습니다.

시장에선 동국제강의 지주사 선언이 그리 반갑진 않단 얘기겠죠. 속내를 다 알 순 없겠지만 이번 지주사 개편 과정에서 시장이 품는 궁금점을 세가지로 추려봤습니다. 

왜 다시 쪼갤까

동국제강은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총 3개 기업으로 나눠지게 됩니다.

우선 기존 동국제강은 존속법인으로 지주사 역할을 맡게 됩니다. 사명은 동국홀딩스로 바뀔 예정입니다. 신설 법인은 열연 부문 동국제강, 냉연 부문 동국씨엠으로 분할됩니다. 분할 비율은 동국홀딩스 16.7%, 동국제강 52.0%, 동국씨엠 31.3%입니다.

이번 인적분할 과정에서 첫번째로 드는 의문점은 냉연과 열연 사업 부문의 사업 분할입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굳이 사업 부문을 냉연과 열연으로 나눴어야 했을까에 대한 의문입니다. 

과거 동국제강그룹의 냉연사업과 열연사업이 분리된 적이 있긴 합니다. 당시엔 열연 사업은 동국제강이, 냉연 사업은 유니온스틸이 담당했죠.

하지만 이 두 회사는 합병됐습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였습니다. 동국제강그룹은 2014년 재무구조 악화로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는데요. 산은은 이 과정에서 두 기업의 합병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동국제강은 2년 만에 재무구조개선 약정 조기 졸업을 하게 됩니다. 물론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실시한 구조 조정, 핵심 사업부 및 빌딩 매각 등이 주효했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진행된 냉·열연 사업 부문 합병 효과도 재무구조개선 약정 조기 졸업에 기여했단 점을 간과할 순 없습니다. 

냉연과 열연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냉연은 열연 제품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열연 강판을 상온에서 표면 처리해 더 얇게 눌러 만든 게 냉연입니다. 이러한 관계를 고려하면 굳이 사업 부문을 분할해야만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포스코 역시 냉연과 열연 부문이 독립된 법인 형태로 구분돼있지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냉연과 열연의 판매 대상이 달라 판매 조직이 따로 있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두 사업 부문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일반적으로 독립된 법인 형태를 두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국제강은 재무구조 약정 이행 과정에서 기업 규모가 예전보다 작아졌다"며 "두 사업 부문이 나눠져 있다면 모르겠지만 사업 부문을 굳이 둘로 다시 나누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동국제강 측 생각은 다릅니다. 오히려 두 사업 부문을 분할함으로써 얻는 실익이 더 크다는 입장입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지주사 설립 목적 중 하나인 미래 성장을 위해선 신속한 결정이 중요하다"며 "각 사업 부문별 독립 체제로 두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승계 첫 단추될까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두번째는 동국제강의 승계입니다. 이번 지주사 전환과 함께 승계 작업도 본격화될지에 대한 것이죠.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나이가 70세인 점을 고려하면 서서히 승계를 준비해야할 시점입니다.

현재까지 유력한 승계자는 장 회장의 장남 장선익 전무입니다. 현재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오너 4세는 장 전무가 유일합니다. 동국제강이 지주사 전환 설립을 발표한 지난 9일은 오너 4세 장선익 전무가 승진한 날이기도 합니다. 향후 기업 승계가 유력한 오너 4세 승진과 지주사 전환 발표날이 겹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장 전무의 승계 작업을 위해선 지분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아버지 장 회장(13.94%), 작은 아버지 장 부회장(9.43%)에 비하면 장 전무의 지분율(0.83%)은 미비한 상황입니다. 향후 아버지 장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을 순 있겠지만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일부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기업 오너 3~4세들은 장내에서 일부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 전무 역시 과거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한 이력이 있고요.

이번 인적분할은 장 전무가 지분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단 뜻이기도 합니다. 지배력 강화가 주 목적인 오너 입장에선 지주사의 지분 확보가 중요한데요. 그런데 이번 인적 분할로 지주사 동국홀딩스의 몸집이 작아졌습니다. 오너 입장에선 이전보다 더 많은 지분 확보가 가능해진 셈이죠.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개편 과정에서 진행되는 인적분할의 경우 오너들의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이 이전보다 더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승계를 고려해야 하는 동국제강도 이러한 점을 배제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주사 요건은 어떻게

마지막은 지주사 요건입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이상 보유해야 하는데요. 향후 동국홀딩스가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단 얘기입니다.  

현재 동국제강의 자사주 비율은 상반기 기준 4.12%입니다. 분할이 되면 동국홀딩스가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지분 4.12%씩 보유하게 되는 것이죠.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 동국홀딩스는 최소 두 회사 지분 25.88%씩 취득해야합니다. 적진 않은 규모입니다.

동국제강은 회사분할 결정 공시를 발표하면서 회사구조개편 계획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이 공시에 따르면 동국홀딩스는 동국제강, 동국씨엠 지분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주주들이 동국제강, 동국씨엠의 주식을 동국홀딩스에 넘기면 동국홀딩스는 신주를 발행해 주식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죠. 시점은 회사 분할이 완료된 이후입니다. 

이 과정에서 오너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주식을 동국홀딩스 신주와 맞바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지주사 지분만 많이 확보하면 자회사에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분은 지주사 개편 이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동국홀딩스의 개인 주주들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동국홀딩스가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로 신주를 발행하게 되면서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봤을 땐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지주사 출범을 두고 일각에서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 측은 '이번 지주사 전환은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차원으로 봐달라'는 입장입니다. 개인 주주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지주사 개편을 이뤄내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이번 지주사 설립은 앞으로의 성장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차원"이라며 "지주사 전환 체제 과정에서 주주들과의 소통을 통해 조율해나가겠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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