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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두문불출' 통신3사 CEO는 어디에?

  • 2023.01.11(수) 16:45

7년만에 대통령 참석…SKT·KT·LGU+ 모두불참
연임 이슈·정보유출 등 사건사고에 좌불안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립과천과학관 어울림홀에서 열린 '2023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비즈니스워치

지난 10일 국립과천과학관 어울림홀에서 '2023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가 열렸습니다. 과학기술과 정보방송통신 분야 기업, 학계 관계자와 연구자들이 모여 과학기술·디지털 분야의 혁신 의지를 다지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격려사를 전했습니다.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입니다.

기업인·학계·단체 등 500여명이 참석했지만 정작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대표는 볼 수 없었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출장을, 구현모 KT 대표와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경영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과학기술인과 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를 통합 개최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통신3사 대표가 모두 행사에 불참한 것은 처음인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불참해 뒷말이 나왔는데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윤석열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신업계에선 뛰어난 경영성과를 보이고도, 이사회와 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최고경영자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부담을 느끼는 현실이 씁쓸하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누군가는 "(정치권이) KT를 전리품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밀실담합'이라는 표현을 쓰며 구 대표의 연임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이를 두고 민영화한지 20년이 넘은 KT를 아직도 공기업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날 신년인사회에 참석했습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당내 공감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났습니다. 

LG유플러스는 신년인사회 당일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고객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을 인지했다"고 공지했는데요. 공교롭게도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불참하면서 질문 세례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연초부터 터진 악재에 LG유플러스 내부는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11일 마포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원인분석을 위해 자료보전 및 제출요구도 한 상태입니다. LG유플러스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죠.

윤 대통령의 격려사에서는 '통신'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과학기술과 디지털 경쟁력이 국가의 미래뿐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시대"라며 "미래 첨단 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넓게 보면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 등 통신업계 신사업을 거론하긴 했지만 5세대(5G) 이동통신이나 6G 등 통신 관련 기술을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신년인사회를 두고 벌어진 풍경을 보면 씁쓸한 뒷맛이 남습니다. 우리의 통신업은 외풍에 취약하고 사건사고로부터 한순간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한국을 IT강국으로 이끈 주역이지만 주요 정책결정자의 관심에선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어느날 사라진 공룡처럼 통신업도 화석으로만 남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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