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디스플레이 사업 전략 점검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았다. 그의 한결같은 주문은 '기술 초격차'다. 어려운 시장 환경을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극복하자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IT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 더욱 집중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스마트폰용 패널 분야에서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노트북·태블릿으로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기록한 호실적을 이어갈 구상이다.
중소형 OLED 기술 '초격차' 확대
이재용 회장은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퀀텀닷) 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이후 주요 경영진들과 IT 기기용 디스플레이 시장 현황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로드맵 등을 논의했다.
이날 이 회장은 직원 간담회에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며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를 구상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올해 디스플레이 업황은 밝지 않다. 스마트폰 시장은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전년 대비 역성장할 전망이고, TV 수요도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형 OLED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찾을 계획이다. 스마트폰용 소형 패널에서는 프리미엄 중심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한편, OLED로 전환이 가속화되는 10인치 이상 중형 패널에서도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투자가 예상되는 분야는 IT용 OLED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8세대 IT용 OLED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IMID(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에 참석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8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중소형 OLED 패널 제조 기술은 6세대(1500×1850㎜)인데, 이를 8세대(2200×2500㎜)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8세대 OLED에 약 3조~4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태블릿인 아이패드와 노트북인 맥북에 OLED 패널이 적용되는 시점에 맞춘 계획이다. 그간 애플은 아이패드와 맥북에 LCD(액정표시장치)를 적용해왔다. 아이패드는 오는 2024년, 맥북은 2026년에 OLED 패널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노트북에 OLED 디스플레이 채용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사업에 호재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DSCC는 올해 프리미엄 노트북 시장이 전년 대비 24%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중심에는 OLED가 있다. 이 기간 노트북용 OLED 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50% 성장해 전체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노트북 OLED 패널을 생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전세계 노트북용 OLED 전체 출하량 중 99.8%에 해당하는 594만대를 생산했다. OLED 패널을 탑재한 노트북이 늘어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이유다.
스마트폰 경쟁 심화 속 선두 유지
이와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초격차도 지켜낸다. 주요 고객 플래그십 제품 출시에 적극 대응해 지속적인 실적 우위를 지켜간다는 복안이다. DSCC 조사 결과 작년 글로벌 스마트폰 패널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68%로 압도적인 1위였다.
다만 최근 중국 패널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시장 내 경쟁이 심해져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 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같은 위기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자신감 또한 갖고 있다. 그간 1위 업체로서 쌓아온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다.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최근 몇 년간 과열 경쟁 환경에서 잘 대응해왔다"면서도 "주요 고객사들의 차별화 기술 요구가 차츰 줄어드는 상황은 분명히 우려할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10년 이상 대량 생산 경험을 통해 경쟁사보다 빠르게 우월한 제품을 지속 출시해왔고 이같은 경쟁 우위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시장 대응을 위해 UPC(언더패널), 얇은 베젤, 저소비전력 등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기술을 적극 준비해왔고 이를 조기에 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술 초격차 유지를 위해 지식재산권(IP)보호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말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미국 부품 도매업체 17곳을 상대로 불법 패널 수입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업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특허인 '다이아몬드 픽셀' 기술을 활용한 패널을 사설 수리업체에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최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산업 내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는 특허 침해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특허 자산 보호를 위한 법률적 조치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호실적 지키기'
이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견조한 실적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업계 대부분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반도체(DS), 스마트폰(MX) 등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부 모두 실적이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9조3100억원, 영업이익은 1조8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37.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19.5%에 달한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애플 '아이폰'에 탑재한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박막트랜지스터(TFT) 기반 OLED였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작년 출시한 아이폰14 시리즈 프로의 패널 70% 이상을 공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호실적에 대해 "플래그십 제품 중심 판매로 견고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사업의 적자 폭이 줄어든 것도 영향이 컸다. 경쟁사 대비 LCD 사업에서 빠르게 손을 뗐던 효과가 드러난 것이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LCD 사업의 수익성이 급락하자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사업에서 순차적으로 철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선제적으로 철수 작업에 돌입, 지난해 6월 완전히 사업을 접었다.
이에 연간 실적 또한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은 34조3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3.4% 늘어난 5조95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7.3%였다. 전년(14.1%)보다 3.2%P(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