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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4조원' HMM 누가 사갈까

  • 2023.03.11(토) 08:00

[워치인더스토리]
HMM 매각 공식화…조단위 대어급 매물
가격·영구채 등 과제…인수 후보들 주목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HMM 매각 공식화, 이유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HMM 매각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HMM은 과거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이 전신입니다. 2016년 해운업의 극심한 침체로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결국 현대그룹에서 분리됩니다. 이후 현대상선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로 이뤄진 채권단의 정책 자금을 받으면서 회생에 성공했죠. 이후 사명도 현재의 HMM으로 변경했습니다. 현대그룹과는 이제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HMM은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현재 국내 최대 국적 선사가 됐습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감독 아래 HMM은 재무구조 개선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돌입했습니다. 이후 해운 시황이 좋아지면서 실적도 급성장했습니다. 작년에는 영업이익 9조94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53.5%에 달합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현재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HMM의 지분율은 각각 20.69%, 19.96%입니다. 이들이 HMM의 주요 주주입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이제 엑시트를 준비해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엑시트를 할 때에는 해당 회사의 실적이 좋을 때가 적기입니다. 그만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금이 HMM 매각의 적기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현재 해운 경기는 점차 나빠지고 있습니다. 해운 산업은 경기 사이클을 타는 산업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올해 HMM에 대한 실적 전망도 좋지 않습니다. 올해부터 다시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입장에선 실적이 최고를 찍은 만큼 하루라도 빨리 HMM 지분을 정리할 필요가 생긴 겁니다.

결국 관건은 '가격'

사실 HMM 매각설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정부 쪽에서도 꾸준히 HMM 매각 필요성에 대해 언급해왔고요. 하지만 HMM이 코로나19로 초호황을 누리면서 몸값이 치솟았고 시가총액도 크게 늘어나면서 쉽게 매각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HMM이 매각과 관련해선 "글쎄"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이유입니다.

HMM은 최근 한화에게 매각이 결정된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정부의 민영화 대상 기업 리스트 최상단에 있었던 곳입니다. 정부 입장에선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결정된 만큼 이제 다음 순서는 HMM이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실적도 좋으니 더할 나위 없습니다. 문제는 너무 커버린 몸집입니다. 몸집이 크면 매각하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만큼 가격이 올라가니까요. 파는 입장에선 좋지만 사는 입장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현재 업계와 시장에서는 HMM의 몸값을 최소 4조원에서 최대 11조원까지 보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조(兆) 단위의 자금을 움직여 HMM을 인수한다는 것은 인수 대상자들에게 큰 부담입니다. 아무리 실탄을 많이 장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습니다.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곳들이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어찌 됐건 HMM 매각은 이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HMM 매각을 위한 자문단 선정 절차에 착수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매각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해운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해운 운임 지수가 최근 지속해 하락하고 있어서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매각 의지는 확고해 보입니다. 이제라도 빨리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넘어야 할 산

앞서 말씀드린 가격 이외에도 HMM 매각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구채 문제입니다. HMM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를 상대로 6회차에 걸쳐 총 2조6800억원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습니다. 이들은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입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채권자인 만큼 HMM의 조기상환청구권을 받아들이거나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만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2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에 대해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5억3600만주의 신주가 발생합니다. 이는 현재 HMM의 전체 유통주식 수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지분율도 74%까지 올라갑니다. 인수 후보자들에게는 큰 부담이죠.

/사진=HMM 유튜브 캡처

HMM의 입장에선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영구채 발행 이후 5년이 지나면 원금을 갚을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HMM이 이를 행사하고도 원금을 조기 상환하지 않으면 이자가 올라갑니다. 현재 HMM의 현금 보유고를 감안하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HMM의 조기상환청구권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이 영구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이번 매각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매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수 대상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영구채에 대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명확한 입장이 나온 후에야 인수 후보자들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누가 가져갈까

가장 큰 관심은 누가 HMM의 새 주인이 될 것인가 일 겁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인수 대상자로 거론돼왔습니다. 당연히 HMM을 인수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들입니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아마도 해운과 물류업을 하는 곳들이 꼽힙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LX그룹,CJ그룹, 포스코, SM그룹, 삼성SDS 등이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들 해운업이나 물류 사업을 하고 있는 곳들입니다. 다만 이들 중 현대글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의 경우 HMM 인수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업계 등에서는 이번 HMM 인수에 가장 관심을 보일 곳이 LX그룹과 HMM의 3대 주주인 SM그룹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사진=HMM 유튜브 캡처

실제로 LX그룹의 경우 최근 LX인터내서널이 유상증자를 위한 정관 개정에 착수한 것을 두고 HMM 인수 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금이 넉넉한 LX인터내셔널이 굳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여기서 대규모 투자는 HMM 인수를 말합니다. HMM 인수를 통해 LX판토스를 키우려는 의도라는 생각인 겁니다.

SM그룹의 경우 그동안에도 꾸준히 HMM에 관심을 보여왔던 만큼 인수전 참여를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수 가격과 영구채 문제 해결이 관건일 겁니다. 이는 현재 HMM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곳들 모두의 공통적인 고민입니다. 오랜만에 조 단위의 빅딜이 시작됩니다. 과연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요. HMM 매각 작업은 순항할까요.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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