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오르는 반면 화물운임은 떨어지면서 항공·해운업계가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영업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가는 추가 상승까지 관측된다. 업계는 정체된 수요 탓에 비용 지출에 따른 손실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조원대 유류비 지출 불가피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올 들어 가장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최저치를 기록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4월 1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평균 배럴당 80.5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두바이유는 84.69달러, 브렌트유는 84.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OPEC+의 연이은 감산소식으로 상승세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OPEC의 협의체다.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지 6개월 만에 추가 조치를 내놨다. OPEC+는 다음 달부터 하루 총 116만배럴을 더 감산할 계획이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50만배럴 생산을 줄인다. 이번 달부터 3개월간 50만배럴을 감산할 예정이었던 러시아는 연말로 기한을 연장했다.
이번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예상이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감산 조치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2년 연속 평균 배럴당 90달러선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배럴당 40달러대에 거래됐던 2020년을 마지막으로 항공·해운업계 유류비 지출이 3년 연속 증가하는 셈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60달러대에 거래됐던 2021년 유류비로 1조7800억원을 투입했으나, 평균 90달러대였던 지난해에는 4조원 이상을 지출했다. HMM도 연간 1조원 정도를 유류비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화물운임이 높아 유류비를 상쇄했지만 올해는 쉽지 않다. 홍콩~북미 발틱항공화물지수는 지난해 5월(9.69) 대비 지난달(5.38) 절반으로 주저앉았다. 해운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같은 기간 4175.35에서 923.78로 80%나 빠졌다.
화물운임은 2분기에 더 빠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환경에 따라 바로 달라지는 게 물동량"이라면서 "올해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3분의 1 정도의 국가가 경기 침체를 겪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2분기부터 물동량이 더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호황으로 곳간이 쌓였기 때문에 당장의 손해는 감내할 수 있지만 (감내도) 일시적이다"고 부연했다.
믿을 건 친환경 항공기와 선박
현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건 친환경 항공기와 초대형 선박이다. 연료 효율이 좋아 유류비 상승을 그나마 버텨낼 수 있다. 업계는 유류비 부담이 커지는 시기일수록 친환경 항공기나 초대형 선박을 다량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한항공과 HMM 중심으로 항공·해운업계는 친환경 항공기와 선박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부터 B787-9, A321네오 등 친환경 항공기를 순차 인도한다. 기존 항공기 대비 연료 효율이 15~25% 정도 향상된 기종들이다. 대한항공은 2028년까지 보유 항공기 중 60% 정도를 친환경 항공기로 채울 예정이다.
HMM이 보유한 선박 중 대형~초대형으로 분류되는 1만TEU급은 77%, 1만5000TEU는 51% 정도다. 글로벌 선사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인도한 1만6000TEU급 초대형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 국제기준보다 47% 정도 에너지 효율이 좋다.